이명박 대통령이 19일 ‘비례대표 지역 할당제’ 연구를 제시한 것과 관련, 정치권은 고질병인 지역주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방안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근원적인 처방’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이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화두를 던진 만큼 정치권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대통령의 고심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헌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의회민주주의 구현에 충실한 것인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제안을 계기로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중심으로 실천방안이 연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舊)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시절 정당명부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했던 민주당은 일단 환영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이미 민주당이 이전부터 추진했던 방안”이라며 “개인적으로 찬성하고, 당에서도 찬성 의견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국정쇄신을 위한 근원적인 처방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지금의 국정혼란은 선거구 제도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며 “청와대에서 문제의 근원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거구 제도를 바꾸는 것은 맞지만 비례대표제보다 문제의 핵심인 지역구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도 “영남에서 민주당, 호남에서 한나라당 비례의원이 나오는 것보다 그 지역 주민들이 상대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비례대표 지역 쿼터제보다 중대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이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근원적 처방을 회피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꼼수”라고 일축했다.

유병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