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중장기적 국정쇄신의 화두로 던진 ‘근원적 처방’의 실체를 가늠케 하는 몇몇 방안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의식은 한국사회와 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에서 출발한다. 이념·지역갈등, 권력형 비리, 정쟁의 정치문화를 해소하는 해법찾기다. 행정체계 개편, 이와 맞물린 선거구제 개편 등에 이 대통령이 눈을 돌린 이유는 이같은 갈등구조를 양산하는 토대를 밑에서부터 허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도 저변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정권마다 비슷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사안들이기도 하다. 국민의 요구를 과연 충족시킬 수 있는가도 쉽지 않아 보인다.

◆갈등구조 토대 허물기 = 이 대통령은 “권력의 집중과 권력구조가 불행의 원인”이라고 말해 내심 ‘개헌’의 필요성까지 느끼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먼저 나설 경우 자칫 정치판 흔들기,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행정체계 및 선거구제 개편 역시 이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고 추진할 과제는 아니나 좀더 자유로운 이슈로 평가된다. 행정체계 개편은 정치권 합의를 전제로 행정안전부가 초안을 만드는 중이고, 당청회동 채널이나 정치권과의 ‘교감’을 통해 청와대가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다. 이달곤 행안부 장관은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행정체계를 개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는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과도 자연스레 맞물려 있다. 50개이건, 100개이건 지방자치 단위에 맞춰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연계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도입되느냐에 따라 의석수가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이 대통령이 말한 대로 영남출신의 호남 의원, 호남출신의 영남의원이 활동할 공간이 늘어나게 된다. 이같은 ‘근원처방’과 함께 투트랙으로 진행되는 개각·청와대 수석개편 등의 인적쇄신과 관련, 이 대통령은 지역·이념화합형 탕평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대국민담화 형식의 제안 검토중 = 세 가지 방안 모두 열쇠는 정치권이 쥐고 있다. 국회에서의 입법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단행할 수 있는 인적쇄신 차원과는 다르다. 이 대통령이 ‘이렇게 하겠다’고 천명하지 못하고 ‘이렇게 하는게 어떻겠는가’라며 호소할 사안들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정치권과 국민을 설득하는 ‘제안’ 형식의 대국민 담화가 유력해 보인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