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국 200개 4년제 대학 총장 공동명의로 발표된 ‘대입전형 선진화를 위한 공동선언문’은 성적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해온 현행 대입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본격적인 교육개혁의 시동을 걸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는 점수 위주의 학생선발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교두보로 오는 26일 ‘고교·대학간 협의체(가칭)’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전국입학처장협의회 회장단과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등 25∼28명으로 구성될 이 협의체는 ‘고교·대학간 협약’을 자율적으로 체결하는 등 대입제도 개선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고교·대학 간에 체결될 협약을 기초로 고교와 대학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학생생활기록부 작성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학생생활기록부 작성은 협의체 산하에 고교교사 등이 참여하는 실무 기록위원회 등에서 담당한다.

김규환 대교협 입학전형지원실장은 “성적위주의 입시관행을 단기간에 개선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대학과 고등학교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고교·대학간 협력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교 교사 등으로 구성될 ‘학생생활기록부작성 기록위원회(가칭)’는 학생들의 교육 활동을 사실적으로 기록, 대학에 제출된 자료가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자료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김 실장은 “대학과 협약을 체결한 고교는 입시부담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교과 커리큘럼을 작성하는 대신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등에서 전형자료로 삼기 위해 신뢰성있는 학생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일부터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대학간 협약 체결’을 위한 고교·대학간 협의체 구성은 입시위주 중등교육과정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1930년대에 출범한 미국식 ‘고교·대학간 협의회’가 모델이다. 1920년대 미국은 성적위주의 입시로 인한 사교육의 병폐 등 현재 우리나라와 유사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고교·대학간 협약’을 체결, 입학사정관제 등을 정착시키는 등 교육개혁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미국의 고교커리큘럼은 주(州)단위, 학교마다 다르고 성적위주 입시관행이 뿌리내린 데다 고교 커리큘럼에 국가교육 과정을 일괄 채택하는 우리나라와 교육환경이 상이해 ‘고교·대학간 협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하는 것부터 시작,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9일 오전 서울 상암동 대교협에서 열기로 한 회장단의 별도 기자회견도 취소돼 정부가 주도하는 공교육 개혁에 대한 대학총장들의 적극적 참여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대교협에 따르면 올해 입학사정관제를 신청한 대학은 87개로 지난해에 비해 30개 가까이 늘었으며 올해 예산도 지난해보다 80억원 정도 늘어났다.

정충신·김병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