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과정과 시간대를 둘러싼 혼선이 가중되면서 경찰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27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분향소를 조문차 방문한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 일행은 주민들로부터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날 낮 12시 구속집행정지로 일시 석방된 친노 인사들도 속속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노 전 대통령의 투신경위 수사에 혼선을 빚은 경남지방경찰청 일행이 조문을 와 조문객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이운우 경남청장 일행은 이날 오전 8시쯤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았으나, “너희들이 여기 왜 왔느냐. 빨리 돌아가라”라는 일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청장 일행이 조문을 하기 위해 신발을 벗고 영정 앞으로 다가서자 흥분한 일부 시민은 신발을 발로 걷어차고, 한 여성은 물을 뿌리기도 하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친노직계 그룹이 봉하마을에 상주하며 마치 가족처럼 장례를 진행하면서 “역시 어려울 때에는 직계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장관들도 대부분 빈소를 찾아와 일부는 빈소를 지켰지만 상당수는 이내 돌아가거나 하루 정도 머물렀던 ‘손님’의 모습이었다. 문재인·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안희정 민주당 최고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친노직계 인사들은 매일 아침 봉하마을에서 회의를 열고 그날의 구체적인 일정과 업무를 논의한다.

매일 아침 봉하마을로 출근하는 문 전 실장은 장례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봉하마을의 일반인 분향소의 상주 역할은 전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급이 교대로 담당하고 있다. 대언론 창구는 천호선 전 수석. 천 전 수석은 장례상황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전담한다.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은 마을회관 방송실에 앉아 장례식장 안내 방송을 맡고 있다. 그는 장례식장에 흐르는 음악도 직접 선곡하고 있다. 일반 분향소의 조문 진행과 화환 관리, 귀빈 영접은 전 청와대 정무 분야 행정관 4, 5명이 번갈아 한다. 장례의 법적인 절차는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맡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수사로 구속돼 한달 넘게 수감생활을 해왔던 친노 인사들도 속속 봉하마을로 발길을 내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래된 후원자이자 친구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26일 보석신청이 허가돼 저녁 빈소를 찾아 오열했다. 강 회장은 “사랑하는 우리 대통령님이 돌아가셨다”며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기에 이럴 수가 있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27일에는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광재 민주당 의원,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숫자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평일임에도 직장을 마치고, 학교 수업을 마치고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려 몰려든 시민들은 26일까지 7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평일 조문객들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봉하마을은 평일 늦은 밤까지 조문객으로 북적였다.

김해=이용권·채현식·강버들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