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64)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박 회장이 지난 2008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36)씨에게 5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50억여원)를 전달하는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깊숙이 관여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만간 정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박 회장과 함께 대통령재단 설립 과정과 자금 확보 방안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07년 8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박 회장과 강 회장, 정 전 비서관이 모여 ‘대통령 재단’ 설립에 대해 논의한 사실에 주목,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3자 회동’이 이뤄진 경위와 그 자리에서 논의한 내용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최근 수감 중인 박 회장을 불러 ‘대통령 재단 설립용으로 홍콩 계좌에서 50억원을 찾아가라’는 자신의 제안을 강 회장이 거절한 정황 등 당시 전후 과정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회장이 대통령재단 설립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이 무산되자, 노 전 대통령의 사업 등을 위해 태광실업의 홍콩 법인 APC 계좌에서 500만 달러를 인출해 연씨에게 건넨 것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뒤 봉하마을 개발 사업 등을 위해 설립한 ㈜봉화에 투자한 70억원 외에 별도의 자금이 흘러들어갔는지 추적하고 있다. 강 회장의 횡령 의혹 등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특수부는 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측 사이의 자금 거래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중수부는 대전지검으로부터 강 회장과 관련된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이 박 회장과의 대질조사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25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에게 1000만원,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게 3차례에 걸쳐 3만달러를 건넨 점에 비춰 다른 정·관계 인사에게도 금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장석범·김백기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