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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대근(구속) 전 농협중앙회장의 정·관계 금품 살포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박연차 리스트’에 이어 ‘정대근 리스트’가 정치권과 관료조직을 뒤흔들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불법 자금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어 ‘강금원 리스트’가 새롭게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3대 리스트에는 모두 노 전 대통령 및 그 측근들이 집중적으로 연관돼 있다.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1일 “정 전 회장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대질신문 이후 박 회장의 홍콩법인 APC 계좌를 통해 25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자백했다”며 “정 전 회장이 종전과 태도를 바꿔 돈을 받은 사실은 물론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해 다른 정치인에게 건넨 자금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정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이강철 전 청와대 수석 이외에 정 전 회장의 로비를 받은 정·관계 인사가 드러날 수 있다는 취지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평소 정치인들과 꾸준히 교류해 왔다는 점에 비춰 자신이 받은 뇌물 일부가 정치권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세종증권 인수 사례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과 농협 빌딩 매각 대가로 받은 3억원 등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뇌물 액수만 100억원이 넘는다. 정 전 회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로 한 이상 정대근 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정대근 리스트와 함께 ‘강금원 리스트’가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강금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강 회장으로부터 7억원을 받은 의혹으로 대전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한명이지만 강 회장이 이른바 ‘노무현 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폭발력이 가장 큰 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 검찰이 강 회장을 비롯한 노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수사의 초점이 노 전 대통령에게 맞춰질 경우 ‘강금원 리스트’의 파장은 예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