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11월 열린 ‘2008 LA오토쇼’에서 이기상(왼쪽 첫번째)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 설계팀장과 크리스토퍼 호스포드(가운데)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홍보담당 부사장 등이 친환경 컨셉트카 ‘아이모드(i-Mode)’ 옆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친환경, 고효율로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라!’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핵심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8월 그룹 차원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제시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모터쇼에서 ‘블루 드라이브(Blue Drive)’라는 친환경 브랜드를 발표했고, 지난 24일에는 기아자동차가 ‘에코 다이내믹스(Eco Dynamics)’라는 이름의 친환경 브랜드를 선보였다.

오는 7월 현대차가 최초의 하이브리드 양산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8월에는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내년에는 차세대 쏘나타(코드명 YF)를 기반으로 한 풀 하이브리드(Full Hybrid·모터 단독으로 구동이 가능해 고연비를 실현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방식) 자동차를 출시하는 등 친환경 녹색성장을 향한 현대·기아차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 친환경·고효율을 향한 메이커들의 질주 =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저마다 친환경, 고효율의 슬로건을 내걸고 ‘그린카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성능 자동차의 대명사인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이같은 추세는 예외가 아니다.

주행성능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독일 BMW도 이미 지난 2004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 Dynamics)’라는 친환경·고효율 비전을 제시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블루 이피션시(Blue Efficiency)’, 폭스바겐은 ‘블루 모션(Blue Motion)’ 등 이름은 저마다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다. 지금까지의 성능을 잃지 않으면서도 고효율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의 ‘블루 드라이브’와 기아차의 ‘에코 다이내믹스’ 또한 전략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석유가격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전세계적 압박이 계속되는 한, 친환경·고효율 기술 개발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지상 과제가 된 셈이다.

기술 개발과 뛰어난 상품 출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친환경 자동차라는 이미지다. 현대·기아차가 친환경 브랜드를 론칭하고 앞으로 출시할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바이오연료차 등 모든 친환경 자동차에 브랜드 엠블럼을 달아 차별화하려는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우리 회사가 저탄소 녹색성장, 친환경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시킬 수 있어야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2009년은 현대·기아차가 친환경 브랜드로 거듭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독자기술로 승부한다 = 현대·기아차는 이미 친환경 자동차 양산 기술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오는 7월 시장에서 만나게 될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에는 세계 최초로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해 효율성은 높이면서도 기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단점으로 제기됐던 큰 부피와 무게를 대폭 개선했다.

이기상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설계팀장(상무)은 “아반떼 하이브리드에는 세계 최초로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적용, 기존 전지와 비교해 성능은 더 높이면서도 원가는 절반으로 낮춘 획기적인 방식을 채용했다”며 “이는 하이브리드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일본 도요타도 아직 적용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 단계에 접어든 현대차 하이브리드 기술의 정점은 오는 2010년 선보일 쏘나타 하이브리드다. 도요타의 특허를 피해 독자 개발한 클러치 접합방식으로 풀 하이브리드를 구현한 것이 특징. 하이브리드차의 핵심인 연비는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60∼70% 향상된 20㎞/ℓ가량이 될 전망이다.

풀 하이브리드 방식 적용으로, 출발할 때에는 모터로 시동을 걸고 주행이 가능하며 통상적인 주행 때에는 내연기관과 모터가 동시에 구동력을 전달한다. 감속할 때에는 운동에너지를 저장해 재활용하며 정차할 때에는 아이들 스톱앤드고(Idle Stop&Go) 기술이 적용돼 아예 엔진과 모터를 꺼 불필요한 연료 소비를 최소화한다.

◆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 지난 1997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양산차 ‘프리우스’를 출시하며 10년 넘게 하이브리드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의 도요타, 이산화탄소(슌배출을 최소화한 클린 디젤엔진으로 친환경 자동차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업체, 뒤늦게 전기자동차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업체 등은 친환경 기술 개발과 투자가 특정 분야에 치우쳐 있는 실정이다.

후발업체인 현대·기아차는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동시 개발함으로써 단기간 내에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하이브리드 기술 외에도 현대·기아차는 오는 2012년 수소연료전지차량 실용화를 목표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부품인 스택(stack·수소와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은 물론 수소저장시스템, 초고효율 에너지 저장장치인 슈퍼커패시터 등을 독자 개발해 양산 단계에 접근했다.

지난 24일 ‘에코 다이내믹스’ 발표회에 선보인 모하비 수소연료전지차는 이같은 현대·기아차의 기술이 총망라된 자동차다. 지난 200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컨셉트카 ‘아이블루’에 적용된 언더플로어 플랫폼(under-floor platform·연료전지 스택을 차체 중앙 바닥에 위치시켜 중량배분을 고르게 한 방식)이 실제 차량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기존 80㎾ 연료전지 스택과 비교해 출력이 44% 높아진 115㎾급 자체개발 스택과 제동할 때 버려지던 에너지를 최대한 회생해 저장하는 슈퍼커패시터 등으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임에도 23㎞/ℓ의 높은 연비를 자랑한다. 이 차에 적용된 3탱크 수소저장 시스템(700기압)은 한 번 충전으로 750㎞를 주행할 수 있고 핵심 부품의 국산화로 이전 단계 수소연료전지차량에 비해 50%가량의 재료비 절감을 이뤄냈다. 이 밖에도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선보인 차세대 클린디젤 R엔진의 독자 개발에 성공하고 4월 출시 예정인 신형 쏘렌토부터 선보일 예정이어서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 클린디젤에 이르는 친환경 기술을 모두 보유한 완성차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