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3일 “탈세가 범죄이듯 공직자의 예산낭비도 일종의 범죄고, 더구나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야 할 돈을 횡령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며 ‘예산집행실명제’ 도입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예산은 너무나 소중한 국민의 피와 땀”이라며 “의도적인 부정을 저지른 공무원은 일벌백계해 앞으로 횡령금의 2배까지 물게 하고 예산집행에 실명제를 도입해 끝까지 책임을 지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11차 라디오 연설에서 공무원들의 잇단 복지지원금 횡령사건과 관련, “혈세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쓰는 것은 국민들의 엄숙한 명령”이라며 “일부 공무원이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에 가야 할 복지지원금을 유용한 사례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리저리 분산되고 단절된 정보를 통합하고, 이중삼중의 검증시스템도 만들며, 담당공무원들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게 순환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집행실명제 도입배경과 관련, 이 대통령은 “복지예산이든 추경예산이든 단 한 푼의 돈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철저히 살피겠다”고 설명한 뒤 “국민의 혈세가 이웃을 돕고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되도록 반드시 귀중하게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복지전달체계와 관련, “문제가 있다는 호소가 청와대에 들어오고 있다”며 “돈이 가야 할 곳에 빠르게 가게 하고, 돈이 가지 않아도 되는 곳에 가는 일이 없도록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