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태로 가면 2100년 한국 인구는 현재 인구의 3분의1 이하로 줄고, 2200년에는 총 인구가 140만명에 불과할 전망이다. 결국 한국 국민은 지구상에서 소멸될 것이다.”

미국고령화협회(AGE) 설립자이자 상임이사인 폴 휴잇 박사의 우리나라 저출산에 대한 뼈아픈 충고다. 그는 지난 11일 강원발전연구원이 춘천 세종호텔에서 ‘고령화 사회의 현안과 과제’라는 주제로 마련한 세미나에 참석, 이같이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꼴찌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간한 ‘2008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은 1.20으로 156개 국가 중 155위다. 지금은 더 떨어져 1.1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구유지를 위한 출산율은 2.1인데 절반에 가깝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 평균(2.54명)은 물론, 미국·영국 등 선진국 평균(1.6명)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추세로 가면 얼마안가 ‘아∼옛날이여’라며 안타까움의 노래를 불러야할 판이다.

옛날 우리 민족의 인구감소는 주로 외부의 침략에 의한 것이었다. 고조선 시대는 차치하고라도 삼국시대에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대국이었다. 구당서(舊唐書)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 따르면 고구려와 백제는 멸망 당시 69만호, 76만호다. 한집에 5명씩만 잡아도 345만, 380만명에 달했다는 얘기다. 더구나 과거에는 파악되지 않는 호구수가 더 많았던 점을 고려할 때 삼국의 인구는 이미 1000만을 훨씬 넘어섰을 것으로 추론된다.

하지만 백제와 고구려가 660년, 668년 각각 멸망하면서 고구려는 중국에 흡수되고, 많은 백제인과 상당수의 고구려인이 일본으로 망명했다. 일본 역사기록을 보면 양국 멸망 후 몇 세기에 걸쳐 일본으로 흡인된 도래인(渡來人)이 1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우리의 영토와 인구는 형편없이 쪼그라든 반면 이웃 나라들은 대폭 늘어난 것이다.

또 하나의 비극은 임진왜란(1592)을 빼놓을 수 없다. 1200만명으로 추정되는 당시 조선인구는 7년 전쟁 후 거의 절반 가까이 준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류성룡은 징비록을 통해 “먹을 것이 없어 길가에 죽은 사람의 뼈가 잡초처럼 흩어져 있어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기록했다.

이후 이앙법과 구황식물의 보급으로 조선말에는 1200만명을 다시 회복했고, 일제 말에는 2500만명으로까지 늘었다. 그리고 지금은 남한만 4840만명으로 세계 26위를 기록하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인구감소는 스스로 오므라들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출산율 저하 때문이다. 특히 2050년에는 노인 3명당 아동 1명꼴로 바뀐다고 한다. 국가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오늘날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구증가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태어나는 어린이의 경우 한국의 인구가 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직접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얼마 전 ‘프랑스식 해법’의 도입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파격적인 금전 지원을 해주는 게 골자다. 특단의 대책이다. 한 해 19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정책이어서 실현될지 미지수다. 보건복지부 예산보다도 많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출산율을 높이려면 부모들의 가장 큰 부담인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교육비는 2007년에 이미 20조원을 넘어섰다. 파악되지 않는 사교육비까지 포함할 경우 액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중산층 이상의 많은 가정이 수입의 절반을 사교육비에 쏟아넣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애를 하나 더 낳는다는 것 자체가 모험일 수밖에 없다.

국가 미래가 달려있는 출산율 문제는 통치권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시급한 과제다. 그러지 않고는 각종 출산율 높이기 정책은 공염불(空念佛)이 되기 쉽다.

[[오창규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