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주가·환율 요동동유럽발 악재로 환율이 장중 급등세를 보인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현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심만수기자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제2의 충격파’를 맞으면서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가중되고 있다.

수출과 소비, 투자 등 국내 실물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금융시장마저 요동치면서 경제계 안팎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금융불안 재연의 배경 =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진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가 하나둘씩 떨어져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동유럽의 여러 국가들과 아일랜드 등이 국가부도(디폴트)를 맞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융위기의 국가간 ‘전염 효과’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동유럽 일부 국가들이 부도 상태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전세계 경제에 당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세계 경제가 상호의존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상황에서 동유럽 국가의 부도는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동유럽 국가가 부도날 경우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서유럽 은행들이다. 지리적인 특성상 동유럽 국가들에 대해 가장 많은 ‘익스포저(대출위험)’를 갖고 있는 곳이 서유럽 금융회사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불안은 ‘동유럽→서유럽→미국과 아시아 국가’ 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타고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계 은행의 결산 상황인 3월말을 앞둔 시점에서 국내 시장에서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3월 위기설’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우려 등 국내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다시 난조를 보이고 있다.

◆ 향후 전망 = 현시점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현재의 금융 불안이 조기에 진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금융불안의 원인이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일부 국가들이 부도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세계적인 유동성(자금)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도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에 대한 해결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지난해 9월 광범위하게 유포됐다가 사라져버린 ‘9월 위기설’처럼 조그마한 악재만 나타나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3월 위기설’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 등이 금융시장 불안의 ‘트리거(촉발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단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주가 급락, 금리 급등(채권가치 하락),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 등 ‘트리플 약세’는 불가피하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나타내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 국채에 대한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필연적으로 급등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국가 신인도가 악화하면 다시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김영민 기은SG자산운용 이사는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이 재연되는 모습은 외환위기 직후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듯 하다가 두 번째 충격파를 맞은 상황과 흡사하다”며 “그러나 지난해 9월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 이후처럼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