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방문 중인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2일 케임브리지대에서 연설 도중 신발 투척 봉변을 당했다.

이날 원 총리가 ‘세계화 시대 중국의 역할’을 주제로 연설을 하던 중 청중석에서 단상으로 신발이 날아오는 바람에 연설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영국식 영어가 아닌 유럽 억양을 구사하는 이 청년은 총리에게 신발을 던지며 “여러분은 어떻게 독재자가 하는 거짓말을 듣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느냐”고 외쳤다.

청년은 대학 보안요원에 의해 강당 밖으로 끌려 나가면서도 호루라기를 불며 참석한 청중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쳤다. 약 500명의 청중 가운데 대부분은 중국 유학생들이었다.

청년이 던진 신발은 원 총리 전방 1m 지점 단상 위에 떨어졌다. 원 총리는 한동안 신발이 떨어진 곳에 시선을 고정시킨 뒤, “이런 비열한 행동으로 중국과 영국의 우정을 방해할 순 없다”며 차분하게 연설을 이어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해프닝은 지난해 12월 이라크를 고별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 이라크 기자가 던진 신발에 맞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대학측은 “소리치는 것은 합법적인 항의의 표현이지만 신발 투척은 다른 문제”라면서 “대학은 신발 투척이 아니라 토론과 논쟁, 사려 깊은 주장을 교환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앞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원 총리간의 회담이 열린 런던 총리관저 인근에서는 중국의 티베트정책과 관련해 수백명이 찬반 시위를 벌여 5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