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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두나라 사람들의 냉랭한 분위기는 언제,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우리는 일본인에 대해 끊임없이 한반도를 침탈하고, 한민족을 괴롭혀온 ‘무례한 족속’이라고 생각한다.

그 같은 인식엔 역사적으로 형성된 피해의식이 깔려 있다. 임진왜란과 근대 식민지기를 겪으면서 일본, 일본인이라면 치를 떨게 된 역사적 경험이 배어 있는 것이다. 해방 이후에도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함에 따라 우리가 느껴야 했던 부러움과 경멸의 상반된 감정은 복잡다단하다. 한반도 분단의 근원에 일본의 한반도 강점이 자리잡고 있으며, 민족의 비원인 남북통일에도 일본이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 또한 갖고 있다.

책은, 이처럼 뿌리깊은 반일, 혐일관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과연 일본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었던가를 보여준다. 특히 임란 이전 조선 초기의 지배층이 왜국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는지 엿볼 수 있다. 한마디로, 조선초기 유학자들은 왜인들에 대해 예의라고는 차릴 줄 모르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족속으로 파악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들의 활달한 상업활동과 화폐의 광범위한 사용 등 장점도 평가할 줄 알았다.

책은, 임란 이전 조선 사신들의 왜국 파악에서부터 에도(江戶)시대 조선 통신사들의 관람기, 메이지(明治)시대 사신들의 일본관에 이르기까지 조선인의 대일관을 연쇄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근대에 들어와 개항 전후기와 식민지화 과정기에서 조선인들의 대일관이 어떻게 분화됐는지를 살핀다. 이어 식민지기를 무단통치기, 문화정치기, 파쇼통치기로 나눠 한국인들의 대일관 변천을 설명한다.

이 책과 동시에 같은 저자의 책 ‘일본인의 조선관’도 출간됐다. 일본인의 뿌리깊은 한국 멸시관이 어디서 비롯됐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일본인이 조선에 대해 멸시관을 갖게 된 것은 에도시대(1603∼1867)의 국학자들에서 비롯됐다. 그들은 한학자들이 중국이나 조선의 학문을 존중하는 것을 비판하고, ‘고사기’나 ‘일본서기’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일본의 조선에 대한 우월한 지위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와 같은 조선관은 막부 말기부터 일어나는 정한론의 논거가 됐고, 메이지시대 이후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합리화하는 지배이념으로 자리잡았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