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시장에 경기침체의 한파가 본격적으로 불어 닥치면서 불황 타개책의 하나로 업종 전환 창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종 전환 창업은 초기 창업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동종 업종으로 변경할 경우 기존 물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별도 점포비 등이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불황기에 돋보인다. 또 일정 기간 영업을 통해 주변 상권에 대한 파악이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적절한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기도 쉽다.

이에 따라 각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업종 전환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불안감에 신규 창업자가 줄면서 업종 전환을 통한 가맹점 확대 유인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자영업자들의 업종 전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1·2종 근린시설에 대해 임의로 용도 변경을 허용하는 등 내용을 담은 ‘국민 불편 법령 개폐 방안’을 발표했다. 또 업종 전환을 원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기타 지원책도 확대할 예정이다.

◆ 유행 지난 아이템 대신 뜨는 아이템으로 = 스파게티전문점 ‘솔레미오’(www.솔레미오.kr) 경주점의 박성춘(40) 사장은 지난해 7월 경양식 전문점에서 스파게티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꿨다. 이유는 단 하나. 기대와 달리 매출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서다. 박 사장이 사업을 시작했던 경양식전문점은 인근 지역에서 오래 인기를 끌어온 점포. 그동안 경양식이라는 아이템이 인기를 얻었으나 갈수록 고객 숫자가 줄면서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박 사장이 조리를 맡았기 때문에 인건비가 적어 버틸 수 있었다.

기존 매장을 살리면서 적당한 아이템을 찾던 박 사장의 눈에 들어온 것이 스파게티전문점. 기존 매장에서 취급하던 메뉴와 비슷하면서도 인테리어나 가격, 맛 등이 만족스러웠다. 기존 단골 고객들을 계속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도 선택을 도왔다. 현재 솔레미오 경주점의 월 평균 매출은 3000만~4000만원 정도. 기존 경양식전문점과 비교할 때 2.5배 가량 된다. 월 순이익도 600만원 이상에 달한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매출이 조금 줄었지만 박 사장은 샐러드 등 메뉴를 무료 제공하고 가격을 소폭 할인하는 등의 마케팅으로 고객들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

◆ 개성 있는 아이템이 불황에 강해 = 스포츠&맥주전문점 ‘서유기’(www.suyouki.co.kr) 압구정점의 권해주 사장은 성사 단계의 프랜차이즈 계약을 포기하고 중간에 브랜드를 갈아탄 경우다. 권 사장은 다른 브랜드와 가맹점 계약을 진행하던 지난 9월 우연히 창업박람회에 참가한 ‘서유기’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 압구정동 상권에서 20여년간 장사해온 그의 눈에 스포츠와 맥주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개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20, 30대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는 상권 특성상 스포츠라는 컨셉트를 보고 ‘바로 이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행중이던 계약을 과감히 포기하고 곧바로 업종 전환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재 서유기 압구정점은 매장 전환 이후 매출이 50% 이상 증가했다. 얼마 전에는 핸드볼 선수 20여명이 우연히 매장을 방문한 이후 단골고객이 되기도 했다.

‘투엔디’(www.2nd2.co.kr) 구로디지털점 정순태(31) 사장 부부는 퓨전 주점 독립 창업에서 프랜차이즈로 업종을 전환한 사례. 부부가 매장을 운영하면서 맛 좋은 곳으로 입소문을 탔지만 메뉴 관리와 주방 운영 등을 모두 맡다 보니 인근 상권의 동종 매장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

이에 정 사장 부부가 선택한 것은 독특한 분위기와 여성스러운 아이템이 강점인 투엔디.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포인트카드 발급으로 업종 전환 한달여 만에 300여명의 단골 고객을 확보하면서 성공 매장으로 발돋움했다.

안정훈 창업경영연구소 상무는 “프랜차이즈 업계가 과거와 달리 물류를 통한 브랜드 운영과 마진 유지에 중점을 맞추고 있어 업종 전환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불황기에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희망자는 투자비를 최대한 줄이고 상권에 맞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