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자동차3사(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의 장기적인 생존능력 입증을 조건으로 의회가 마련한 150억달러 긴급구제금융에 곧 합의할 전망이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9일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의회지도부가 자동차산업 지원방안 협의에서 좋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행정부의 일관된 방침은 자동차지원법안이 자동차회사들의 장기적인 생존능력 확보를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자동차회사들이 장기적인 생존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장기금융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리노 대변인은 “여러 기술적인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의회지도부와의 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의회지도부는 구제금융이 투입된 자동차회사들에 대한 정부의 경영감시자, 즉 ‘자동차 차르(황제)’ 지명을 포함한 자동차산업지원 법안이 신속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원이 ‘경영을 잘못한’ 자동차회사들에 대한 끝없는 지원약속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언론들은 150억달러 단기대출지원은 내년 3월까지의 대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그 이후는 내년 1월20일 취임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해결 몫으로 남겨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단기 대출금은 자동차업계가 연비효율이 높은 차를 개발할 수 있도록 이미 마련된 250억달러의 지원금에서 나오며 7년을 만기로 초기 5년간은 연 5%, 이후는 9%의 금리가 적용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9일 자동차업체의 금융지원·구조조정을 관리할 감독기구의 책임자 후보로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거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미 NBC 방송 ‘투데이 쇼’에서 연방정부의 감독책임자로 누구를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초당파적인 신임과 함께 그리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폴 볼커같은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도 그를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 볼커는 이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으로 임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자동차3사 구제법안이 이번주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감독기구의 책임자 임명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 경기부양책과 관련한 하원 표결은 내년도 1월의 첫째 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회와 백악관이 추진 중인 자동차 ‘빅3’ 구제법안 초안에서 대출자금의 최소 20%에 상당하는 지분을 정부가 인수할 수 있도록 하고 경영진의 보수와 배당을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이는 국유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인수할 지분이 보통주인지 우선주 등인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정부의 이런 지분 확보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국유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한편 80년대 초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구해낸 리 아이어코카 전 회장은 자동차사 경영진 교체 논의와 관련, “지금은 비상시국”이라며 “경영진 교체는 안된다”고 밝혔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