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2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신성건설의 한 직원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건물을 들어서고 있다. 김선규기자

건설업계가 우려한 ‘혹독한 겨울’이 현실화 되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의 노력에도 불구, 12일 시공능력평가 40위권의 신성건설(41위)이 끝내 기업 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건설업계는 연쇄부도 파장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건설업계 자금 고갈 = 건설업계는 신성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에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주택보다 토목·공공 공사 비중이 높은 업체임에도 미분양 주택에 의한 단기적인 자금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유동성위기를 겪는 일부 업체의 자금난이 신성건설 수준이라는 점도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이다.

자금난은 실제 중견 업체로 확산되고 있다. A사는 6개월 넘게 직원 월급을 못 준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B사도 보유 토지를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통해 만기어음 막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들 회사 등 100대업체중 20여개 건설업체가 자금난에 몰리며 감원, 임금 삭감, 자산 매각 등 비상 경영을 하고 있다. 한편 국토해양부와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부도 건설업체 수는 328개(전문건설업체 포함)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나 늘어났다. 시공능력평가 100대 기업중에서는 신성건설 외에 60위권의 C&우방이 소속된 C&그룹이 지난달 화의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이다.

◆유동성 위기, 정부 지원이 관건 = 건설업계가 자금 유동성 위기에 몰린 것은 경쟁적으로 아파트 분양사업에 나서면서 미분양이 급증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2~2004년 아파트 분양이 활황세를 보이자 수요도 별로 없는 수도권 외곽지역이나 지방에 마구잡이 식으로 주택분양에 나섰기 때문이다.

10월말 현재 정부 통계로는 미분양 주택이 16만가구 내외이지만 업계와 부동산정보업체들사이에서는 실질 미분양이 25만~30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구당 평균 분양가 2억원의 절반가량이 토지와 공사비 등에 잠겨있다고 해도 25조~30조원이 미분양에 묶여 있는 셈이다.

정부는 건설업체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분양계약자와 하도급업체들은 적극 보호하겠다는 의지이다. 분양계약자들은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절차에 따라 보호하고, 하도급업체는 하도급대금을 발주자가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중소기업 신속지원프로그램(Fast Track)을 우선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금융권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업들을 지원해 흑자 부도는 막겠지만 부실업체는 퇴출시킨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 지원 대상업체와 파산대상 업체를 신속하게 분류해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 자금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부실업체들에 대해서는 퇴출시키겠다는 의지이다.

업계나 전문가들도 신속한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자금난 업체에 대해 신속한 지원을 해야 자체 구조조정 등이 이뤄져 연쇄 부도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