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유로권, 일본 등 선진국 대부분의 내년 성장률이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신흥경제권을 주도하면서 지난해까지 1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오던 중국마저 내년 성장률이 8%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에 암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수출 50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실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계획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는 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선진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감소가 2차 대전 이후 최악”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가들의 침체를 신흥경제권 국가들의 상대적 호조를 바탕으로 간신히 평균 1% 가량의 플러스 성장에 ‘턱걸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세계경제 성장률 1%대는 지난 5년간의 평균 성장률 3.5%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로 미국발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세계 실물경제의 강한 위축세를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 중국의 성장률이 8%대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도 크게 우려되는 점이다. 8% 성장률은 15억 인구 대국인 중국이 재정과 고용유지 등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가 이처럼 하락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11.9% 성장한 후 지난 3분기(7∼9월) 9%로 둔화됐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이 보고서는 “신용공여 여건 악화와 소비감소 및 기업투자 위축이 선진권 경제에 이례적으로 복합적인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감안할 때 선진국들의 평균성장이 -0.8% 수준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선진권의 전반적인 침체와 국제 자본흐름 감소 등이 신흥권 국가들의 성장에도 큰 타격을 가하겠지만, 당장 이들 국가가 침체에 빠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이 10월에 일제히 금리를 내리고 미국과 영국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은 디플레이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개인과 기업이 부채축소(디레버리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소비와 투자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역시 크레디스위스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내년에 7.2%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디스위스는 앞서 내년 중국 경제가 8.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의 경제상황을 감안해 이 같은 수정치를 내놨다. 로이터는 또 스탠다드차타드 은행과 호주의 매쿼리은행도 중국의 성장이 내년 7%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점을 제시하면서 내년 세계경제의 위기를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세계 경제의 침체는 2010년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JP 모건 체이스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디몬도 3일 홍콩법인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몇 달 간 매우 심각한 도전을 받게될 것”이라며 “그러나 2010년에는 비즈니스가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