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저명한 경제전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한국 정부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장래에 대한 국제 투자자의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주저앉은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유령이 한국 경제에 출몰했다”고 지적했다.

페섹은 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게재된 ‘한국 경제에 베어스턴스 유령 출몰’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 정부가 완강히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4위 경제국인 한국이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와 비슷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쪽으로 투자자들의 판단이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섹은 이와 관련해 “미디어를 탓해야 할 성격이 아니다”고 말해 당국이 최근 ‘한국 경제를 일부 외신이 의도적으로 나쁘게 보도한다’고 강력히 반발했음을 넌지시 상기시켰다.

그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를 비롯해 3대 신용평가기관이 아직은 한국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입장이며 한국 금융계도 지난 1990년대 말 위기를 겪으면서 경쟁력이 강화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투자 등급국가로는 가장 위험하다’는 인식을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페섹은 경상수지 균형과 은행 위기에 관한 우려가 과장된 측면도 있다지만 그러나 문제는 다른 여러 신흥경제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신용경색으로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페섹은 한국에서만 노출되는 특유의 취약점이 있다면서 핵심은 한국 은행권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범했던 실수를 반복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해외 차입을 단기로 또 외화액면 발행에 많이 의존해 지금 증시에서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하는 결과를 냈다는 것. 헤지펀드 등 해외 투자자들이 아이슬란드에 이어 이제는 한국을 ‘다음 목표’로 삼는 상황이 됐다고 경고했다. 페섹은 이명박 대통령은 더 과감하게 조치를 취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