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북 상주시 S여고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건에서 식중독균이 에어컨을 통해 전파됐다는 것이 알려지며, 음식점과 대규모 급식소 등의 에어컨 관리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사건에서 발견된 식중독균은 ‘바실루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였다. 포도상구균과 함께 대표적인 식중독균인 바실루스 세레우스는 일반적으로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공기중에 떠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에어컨 필터나 송풍구에 묻어 있다가 강력한 바람에 날려 가까운 곳에 있는 음식물에 닿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의들은 보고 있다.

◆ 조리실 위생상태 경종 = 이번 S여고 식중독사건은 조리시설 외에 음식점이나 대규모 급식소 등에 설치된 에어컨 등 부대시설에도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해준 사례다. 조리시설 종사자들이 세균이 묻은 오염된 손으로 이들 시설물을 만지고 관리할 경우 언제든지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원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실루스 세레우스는 접촉에 의해 전파되기 때문에 공기중에 날려서 전파될 가능성은 극히 작지만, 조리자들이 오염된 손으로 에어컨 송풍구 등을 만져서 거기에 묻어 있는 경우라면 가까운 음식물에 닿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세균보다 음식보관기간이 중요 = 바실루스 세레우스 등 식중독균들은 공기중에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접촉에 의해 전파되므로 조리시설 종사자들이 위생준칙을 철저히 준수하면 식중독이 발생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또 음식물을 조리해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하면 식중독 발생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준희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음식물에 닿더라도 음식물을 조리한 상태에서 바로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음식물을 하루 이상씩 방치해 두었다가 먹을 경우 바실루스 세레우스에서 나온 독소로 인해 식중독 증상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 철저한 역학조사 필요 =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에어컨에서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식중독의 원인임을 입증하려면 철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에어컨에 묻어서 이 균이 전파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극히 희귀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박완범 서울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바실루스 세레우스는 바람에 의해 전파되는 균이 아니므로 음식물과 에어컨에서 발견된 균과의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한 철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식중독 원인균 검사항목으로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바실루스 세레우스, 병원성대장균, 장염비브리오, 리스테리아, 클로스크리디움 퍼프린젠스, 캠필로박터 8종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진우기자 jw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