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통한 대량 식중독 감염 사고가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특히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에어컨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을 앞두고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14일 문화일보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임두성(한나라당) 의원을 통해 단독 입수한 질병관리본부의 ‘경북 상주시 S여고 바실루스 세레우스 감염증 유행’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5월 상주시 S여고 학생과 교사 142명이 집단 식중독에 감염됐다. 역학조사 결과 식중독 원인균 중 하나인 바실루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가 에어컨을 통해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학교 급식당의 이동식 에어컨에서 아포(세균이 열악한 환경조건에서 자생할 수 있도록 생성하는 막)를 형성, 음식을 식히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균이 뿌려져 전파돼 음식 섭취자들에게 설사형 식중독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에어컨을 통한 식중독 전염 근거로 ▲같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인근 S중학교의 경우 식중독 미발생 ▲조리상태 및 환경 평가 양호 ▲에어컨을 통해 열기를 식힌 음식에서만 세균 검출 ▲에어컨 사용중지 후 환자 미발생 사실 등을 들었다.

임 의원은 “보건당국은 여름철 대량 식중독 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에어컨을 통한 세균 감염 위험성을 보고받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전문의들은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접촉에 의해 전파되므로 공기 중에서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에어컨 필터 등에 바실루스 세레우스균이 묻어있는 경우 강력한 바람에 의해 가까운 곳에 날아갈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원 서울시립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실루스 세레우스는 공기 중에 날려서 전파될 가능성은 극히 작지만, 조리자들이 오염된 손으로 에어컨 송풍구등에 묻힌 경우라면 가까운 음식물에 닿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에어컨업체 관계자는 “에어컨의 원리상 세균이 서식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세척과 소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

◆ 바실루스 세레우스 (Bacillus Cereus) = 대표적인 식중독균으로 손이나 음식물 등의 접촉을 통해서 전파된다. 식중독균은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음식물에 닿은 뒤 생장해 하루 정도 경과한뒤에 독소를 배출해서 생긴다. 감염되면 복통, 설사 등 증세를 보이고, 하루 정도 지나면 회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