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사막 순타라 총리의 비상사태 선포와 군의 해산 요구를 거부한 채 오히려 세력을 결집하고 있으며 남부지역 핫야이공항 등을 점거했다.

정부청사에서 점거 농성 중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는 “협상을 위한 유일한 조건이 있다면 이는 사막 총리의 사임”이라고 강조하면서 3일부터 시작된 전국 공기업노조 파업 등을 통해 세 결집을 계속하고 있다. 사막 총리와 PAD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강공이 계속되면서 태국 정국은 더욱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3일 방콕포스트 등 태국 언론에 따르면 현재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사막 총리의 자진 사퇴와 의회 해산에 따른 조기총선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 하지만 사막 총리가 사퇴에 대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PAD의 요구 가운데 하나인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이 유일한 대안으로 분석되고 있다.

태국 언론들도 ‘사막 총리의 사퇴가 없다면 의회 해산이 사태 해결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방콕포스트는 “현 상태에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것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총선이 실시된다면 현 정부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방콕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과 열혈 국왕지지자들이 현재 반정부 시위의 중심에 서 있지만 탁신계의 농민, 도시빈민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막 총리가 선거를 통해 재집권한다 하더라도 PAD의 반정부 시위는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PAD의 최종 목표는 탁신 축출에 이어 사막 등 잔존 세력의 와해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존경과 추앙을 받고 있는 푸미폰 아둔야뎃(83) 국왕의 개입도 예상이 가능하다.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더이상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막판 상황에서 푸미폰 국왕이 개입할 경우 현 정부보다 국왕에 대한 충성도가 강한 PAD 측에 더 유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17번의 쿠데타를 일으킨 군이 나설지도 관심이다. 하지만 현재로써 쿠데타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사태 선포로 질서 유지의 전권을 쥐고 있는 군부 실세인 아누퐁 파오진다 육군참모총장은 비상사태 선포 뒤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태국인의 상호 이해 증진과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라며 “군경은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시민에 대해서도 폭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말한 점도 쿠데타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방콕 시당국은 435개 공공학교에 대한 3일간 휴교령을 내렸다. 미국 등 각국 대사관들은 현지 자국국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구한 상태다.

한강우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