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및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축사와 비교할 때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과 노·김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들은 모두 취임 첫해 8·15 경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을 제시하면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나가겠다는 의지와 국민통합을 강조했지만 역사관과 해법은 달랐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차이는 노무현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10년을 ‘좌파가 집권한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며 보수적 관점에서 광복과 건국의 역사를 새롭게 보려는 의도로 풀이돼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은 올 광복절 기념사에서 건국 후 60년을 “성공의 역사, 발전의 역사, 기적의 역사로 높이 평가하면서 새로운 60년을 위해 미래로 나가자”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또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한 뒤 “이제 눈을 세계로 미래로 돌려야 한다”며 “우리 모두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8·15 경축사를 통해 국민통합을 강조하면서 그 전제로 과거사 문제의 올바른 정리를 해법으로 제시했다.노 전 대통령은 광복 60주년인 지난 2005년 8·15 경축사에서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 독재시대의 억압과 저항 등 과거의 역사에서 분열의 상처를 물려받았다”면서 “분열의 극복을 위해 역사에 대한 올바른 정리와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집권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참여민주주의의 실현, 시장경제 완성 등 ‘제2의 건국운동’을 제창한 바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외교 및 안보 통일문제에서도 노 전 대통령과 강조점을 달리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6자회담과 국제협력의 진전에 따른 한반도 경제공동체 실현을 역설하면서 통일한국이 유라시아-태평양 시대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경제적 비전제시에 주력했다. 이에 비해 노 전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주한미군 재배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자주국방론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새로운 60년의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했고,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경축사에서 성장잠재력 확충,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동북아 경제중심론을 내놓았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