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호주 방문이 고유가와 호주 달러 약세화 등으로 주춤하던 현지 경제를 살릴 ‘구세주’로 환영받고 있다. 호주 정부는 교황이 가톨릭 세계 청년의 날(17일)행사 참석차 머무는 9일 동안 22만5000여명에 달하는 외국 순례객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2억3100만 호주 달러(2238억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 청년의 날 행사가 열리는 뉴사우스웨일스주(NSW)의 케빈 맥도널드 상공회 소장은 “이번주 시드니가 외국 순례객 및 관광객들로 가득찰 것”이라며 “호주 경제는 올 상반기 높은 금리와 국제 원유가 상승 등으로 고전했으나 이를 만회할 호기를 맞았다”고 기뻐했다. 역대로 호주는 7월에 계절적 요인으로 관광객들이 가장 적게 찾는다. NSW가 예상하는 수입은 2억3100만달러. 방문자 1인당 1155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황을 취재하는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나, 휴가차 방문하는 여행객, 3개월 연장 비자로 체류하는 사람을 포함하면 기대 수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최근 전했다.

시드니 인근 지역 경제도 동반 상승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호주 북부 브리즈번의 퀸슬랜드는 1만여명의 외국 순례객이 퀸즈랜드를 경유해 약 700만달러의 관광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산업 리서치 회사인 IBIS월드(World)는 섹스 산업도 전년 대비 8% 증가해 업계 평균 증가율 2.75%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교황은 가는 곳마다 인파를 몰고 다니는 관광 흥행 카드다. 지난 4월 미국 뉴욕과 워싱턴 방문 때는 백악관에 교황을 보기 위해 1만3000여명이 몰려들었고, 뉴욕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미사에는 4만7000여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교황 방문 티셔츠와 기념품도 제작돼 수익금의 일부가 공익 사업에 쓰여졌다.

미국 방문에서 물의를 빚고 있는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사태와 관련해 사과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번 호주 방문에서도 유감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교황은 13일 호주행 비행기에서 AP통신 등 외신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성추행 희생자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화해를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소아성애병자는 성직자가 될 수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시드니에서 3일간 휴식을 취한 뒤 17일 호주 원주민들을 만나고 세계 청년의 날 행사에 참석한다. 이날 케빈 러드 호주 총리도 면담한 뒤 21일 귀국한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