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여·53)씨가 북한 초병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한 11일 현대아산은 충격과 당혹감 속에 향후 대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이다.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진행 중인 현대아산은 뜻하지 않은 피격 사건으로 인해 대북사업이 중대한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아산 본사에 금강산 현지로부터 박씨의 피격 및 사망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날 오전 11시20분쯤. 현대아산은 통일부에 해당 사실을 통보한 직후 윤만준 사장 주재로 경영진 비상회의를 소집해 경위 파악 및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확한 사태 파악을 위해 윤 사장은 12일 오전 직접 금강산 사고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역시 11일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집무실에서 현대아산 측으로부터 수시 보고를 받았다.

비상대책반을 꾸린 현대아산은 현재 금강산에 체류 중인 관광객 1290명에 대한 철수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현대아산 측은 현지에 있는 관광객들에 대해 12일 오전부터 늦어도 13일까지는 순차적으로 모두 철수시킬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12일 중으로 모두 철수시킨다는 입장이지만 굳이 원하는 관광객이 있다면 일부는 13일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사망한 박씨의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여행자 보험에서 최대 1억원까지 지급된다”며 “나머지 추가 보상 문제는 고문변호사와 법률적인 검토를 거친 뒤 조사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가 터지면서 현대아산 측은 상반기에 19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등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금강산 관광이 크게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당장 피격 소식 보도 이후 관광객 안전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으며 예약 취소도 잇따랐다. 회사 관계자는 “8월쯤 금강산 누적 관광객수가 2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는 등 청신호가 켜졌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음 달 관광 개시를 앞둔 비로봉 관광도 연기될 확률이 높다.

한편 현대아산 사무실 주변에는 밤늦게까지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이번 사건과 관련한 현대아산의 입장과 향후 계획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아산 직원들 역시 귀가를 미룬 채 침통한 표정으로 TV 등을 통해 발표되는 관광객 사망 사건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