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후 냉랭한 상태로 유지되던 남북관계가 11일 발생한 북한군 초병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대북관계를 전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발생, 이 대통령으로서는 남북관계에 있어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정부 신중 대응 기류 = 정부는 일단 이번 일을 ‘사고’로 규정한 가운데 정확한 책임소재 규명이 우선이라고 보고 북측 설명대로 피해자의 과실이 있었는지, 아니면 북측 초병의 과잉대응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 뒤 대응 기조를 정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홍양호 통일부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구성, 진상조사 및 향후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또한 북측에 관련 전통문을 보내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키로 했다.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진전을 보이고 있고, 이 대통령도 남북관계의 진전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강경대응을 할 경우 상당기간 남북관계가 경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여파가 개성공단이나 개성관광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그야말로 남북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대응 수위를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번 금강산 피격 사건은 정부가 사태 진상을 충분히 파악한 뒤에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는 것이고 개원연설은 우리가 앞으로 남북관계 및 대북정책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다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 그것도 미묘한 시점에 겹쳤기 때문에 이런저런 관측이 나올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두 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측이 정부 차원의 조사단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별다른 대책이 없어 정부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위기의 금강산 관광 =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2002년 제2연평해전 때도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지 않았으나 이 사건 발생 직후 12일부터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북측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대해 명확한 진상을 밝히고 사과하지 않을 경우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대한 정부 공식 브리핑에서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상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진상 파악을 위한 공동조사에 적극 협조할 경우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은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반면 북측이 북한군과 관련된 문제라는 이유로 공동조사에 미온적 반응을 보일 경우 남북관계는 냉각상태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북측은 이번 사건의 경우 현대아산 측에만 사건을 알려왔을 뿐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통보해오지는 않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1999년 6월 관광객 민영미씨 억류 사건으로 40여일 중단됐고, 2003년 4월에는 중중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이유로 60여일간, 그해 8월에는 정몽헌 회장 자살로 일주일간 중단된 바 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