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박왕자(여·53·서울 노원구 상계동·사진)씨가 11일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은 함께 금강산을 방문했던 관광객들이나 박씨의 이웃들 모두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특히 이날 오후 금강산 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관광객들은 “피격 장소인 해안에 가지 말라는 경고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며 관계당국의 무성의함을 질타했다.

박씨의 이웃들은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의 박씨가 그런 끔찍한 사고를 당할 줄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관광객들 “출입통제 얘기 못들었다”=박씨와 같은 조로 금강산 관광에 나섰다가 버스를 통해 이날 오후 6시50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 도착한 권태진(여·55)씨는 “가이드건 정부건 그 누구도 우리에게 그쪽(박씨가 숨진 장소)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얘기를 한 번도 안해줬다”고 말했다. 권씨 등은 기자들에게 현장 지도를 보여주면서 “박씨가 숨진 장소는 금강산해수욕장 금강빌리지 서쪽 해안”이라며 “오전 4시30분에 혼자 거기에 갔다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경고성) 얘기는 미리 해줬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관광객들에 따르면 박씨는 또 금강산 여행 출발 때부터 지갑을 잃어버리는 등 불운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를 포함한 일행 4명은 이날 30분 가량 늦은 시간에 관광버스에 올라 “지하철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다른 관광객들에게 사과했다는 것이다.

박씨와 동행한 일행 3명은 강원 고성 출입국통제소에서 경찰의 1차 조사를 받고 “박씨가 해변에 나가보고 싶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박모(여·55)씨는 “오전 5시10분쯤 일어나보니 박왕자씨가 없었다”며 “박씨가 해변에 나가보고 싶다는 말을 한 게 생각나, 해돋이를 보러 간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행은 박왕자씨가 오전 7시30분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자 현대아산측에 이 사실을 알렸으며, 이후 박씨를 찾아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박왕자씨는 차분하고 조용한 사람”=박씨의 이웃들은 평소 박씨가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대학생 아들과 전직 경찰 남편을 둔 평범한 50대 주부로 기억했다. 박씨가 사는 아파트 경비원 한학수(64)씨는 “평소에 시장에 왔다갔다하는 것 빼고는 집 밖으로 잘 나오지도 않는 조용한 사람이었다”면서 “평소 행동으로 볼 때 새벽에 혼자 돌아다니는 돌출 행동을 할 분이 절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부녀회장인 채영순(여·51)씨도 “박씨는 착하고 덜렁거리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씨의 남편 방모(53)씨는 경찰로 근무하다 3, 4년 전 퇴직했으며 아들(23)은 최근 군복무를 마치고 다니던 서울 모 대학에 복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철·임정환기자 hhand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