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강산 관광을 나섰던 50대 여성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시민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확한 사건 진상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민간인이 피격됐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시민단체들은 모두 피살된 고(故) 박왕자(53·서울 노원구 상계동)씨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했지만, 향후 정부의 대처 방식과 대북정책 등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했다.

◆시민들 경악 = 이날 오후 퇴근시간대에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배대현(31·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새벽 시간대에 벌어진 일이지만 관광객을 통제하거나 안내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는 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금강산 여행을 할 계획이 있었는데, 이번 사고로 인해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정수(63·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씨는 “사정이 어찌 됐건 우리 국민이 등 뒤에서 총을 맞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는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대북관계에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원(36·서울 송파구 잠실동·회사원)씨는 “민간인이 총을 맞았다는 것 자체로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씨는 “(고 박씨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들어간 게 피격의 원인이었다고 하니, 좀 더 진상을 파악해봐야 북측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도 진상이 파악될 때까지 전향적인 대북 제안을 늦췄어야 했다”고 말했다.

◆ 시민단체 시각차 =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북핵저지시민연대 등 보수 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금강산 관광 전면 재검토’ 등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박씨가) 군사시설에 들어갔다 할지라도 체포해 조사하면 될 일이지, 총으로 사살한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국민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금강산 관광의 근본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피랍·탈북인권연대는 별도 성명서에서 “정부는 명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조사단을 즉시 구성하고, 현장에 대한 방문 조사를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변철환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도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민관 합동조사기구 구성 필요성을 주장하고 “민간단체가 함께 나서야 국민들도 더 신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 대변인은 특히 “북측이 애도의 뜻을 표해도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행여라도 그들이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한다면 남북관계는 중대한 변화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은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이미 예고됐던 것이며, 앞으로 이보다 더한 일도 발생할 수 있다”며 “대통령과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서에서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총격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나 “이번 사건이 제대로 해결돼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이 사건이 남북관계 악화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벌여온 ‘좋은 벗들’의 이승용 사무국장도 “안타까운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규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 여부는 이와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성진·한동철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