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발생한 금강산 여성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관련,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정부에 주문했다. 특히 야당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사건발생 사실을 알고도 이날 오후 국회 시정연설에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북한 책임론을 강조하는 한편, “정부 조사를 차분히 지켜봐달라”며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무게를 뒀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홍양호 통일부차관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았다. 조윤선 대변인은 회의 뒤 브리핑을 통해 “금강산 관광이 남북교류의 중요한 장이 되고 있지만 우리 관광객의 안전과 보호가 최우선으로 확보돼야 한다”며 “우리의 진상조사 검증요구에 적극 협조하고, 북한 내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면밀한 조사와 검증을 해야 하고, 즉각 국민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상 초유의 사건인 만큼 국민 여러분도 차분한 마음으로 정부 조사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들은 대통령과 정부의 대응 과정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세를 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관광객이 아무런 안전관리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외출해 사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정부당국 책임하에 분명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 대통령은 이미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상태에서 국회 연설을 했다”며 “연설에서 전면적인 남북대화 재개를 말씀하신 것은 좋지만, 이런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는데 전후 사정을 감안해 좀더 신중하게 말씀하셨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대통령과 정부의 안일한 상황인식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며 “사건발생 10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부발표가 나온 것은 국민의 알 권리에도 위배되는 사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국민이 관광중에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대통령은 개원연설에서 한마디 유감표명이 없었다”고 비난했다.

송영선 친박연대 대변인은 “사고가 오전 5시쯤 일어났는데, 통일부는 이 사실을 11시30분에 확인했고 청와대는 오후 1시50분에 대통령께 보고했다고 한다”며 “군사분계선에서 일어난 사고가 9시간이 넘어서야 대통령에게 보고된다는 것은 한반도에 유사시 정보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설 10분전에 보고받았다고 해도 대통령이 연설 시작 전에 돌아가신 분에 대해 애도를 표시하지 않은 것은 또다시 국민을 섬기는 자세와 거리가 먼 행동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