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대통령의 90세 생일을 축하하는 대형 자선 콘서트가 27일 영국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열렸다.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해 3시간 동안 계속됐다. 이번 콘서트는 ‘에이즈 환자 돕기’ 기금 마련을 목표로 한 것이다. 자선 콘서트는 음악만 표출하는 공간이 아니다. 음악을 통해 절박한 이 시대의 정치, 사회적 이슈를 전 세계인들에게 전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자선 콘서트의 목적이다.

◆ 에이즈 기금 마련 46664 콘서트 =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이번 자선 콘서트는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복역 당시 죄수번호였던 ‘46664’를 본딴 ‘46664 에이즈 기금 마련’ 콘서트다. 그룹 퀸의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 애니 레녹스, 최근 폐기종 진단을 받았던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유명 가수들이 총출연해 공연을 펼쳤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참석했다. 에이즈 기금 마련을 위한 ‘46664’ 콘서트는 이번이 4번째. 2003년 남아공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첫 번째 콘서트가 열렸고, 이후 남아공에서 한 차례 더 개최된 후 스페인, 노르웨이 등에서 열렸다. 올해 런던 콘서트에서는 정확히 4만6664장의 티켓이 시판됐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에이즈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그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런던에 왔다”며 이번 콘서트의 목적이 자신의 90세 생일 파티보다 ‘에이즈환자 돕기’에 있음을 강조했다. 만델라 전 대통령 자신도 2005년 에이즈로 아들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남아공의 에이즈 환자는 현재 무려 5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콘서트와 정치가 만났을 때 = 이번 런던 콘서트는 최근 짐바브웨에서 발생하고 있는 선거 폭력과 관련해 만델라 전 대통령의 역할을 촉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AFP통신은 26일 전했다. 야당 지도자와 유권자를 탄압하는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에 대해 그동안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만델라 전 대통령은 25일 “짐바브웨에서 지도력은 실패했다”며 처음 비난발언을 했었다. 만델라 전 대통령과 남아공 정부는 과거 짐바브웨가 독립투쟁을 할 때 양국이 연대했던 역사적 인연을 고려해 발언을 자제해왔었다. AFP통신은 콘서트 개최에 앞서 “지구촌은 만델라 전 대통령이 27일 런던 콘서트를 통해 짐바브웨 사태와 관련해 압박의 강도를 높일 것인가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 자선 콘서트의 효과 = 자선 콘서트의 종류는 다양하다. 2001년 10월 뉴욕에서는 9·11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기 위한 자선 콘서트가 열렸으며, 2005년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절망에 빠진 미국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2005년 7월7일 앨 고어 미국 전 대통령 주도로 열렸던 ‘라이브 어스(Live Earth)’는 역대 최대규모의 자선 콘서트로 기록됐다. 미국 중국 영국 등 8개국 9개 도시에서 릴레이식으로 하루 종일 콘서트가 열렸다. 마돈나, 본 조비, 메탈리카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출연한 이 콘서트는 TV와 라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전 세계 20억명이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브 어스’의 출연자들은 각국 정부지도자들을 향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도록 하는 새로운 국제협약을 2009년까지 합의하도록 촉구했다.

◆ 역대 유명한 자선 콘서트 = 자선 콘서트의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791년 12월28일 비극적으로 삶을 마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의 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콘서트가 열렸다. 20세기 들어서는 1976년 국제사면위원회(AI)가 전 세계에 인권에 대한 소중함을 알리는 코미디 자선쇼를 3일 동안 영국 런던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1979년 미국 뉴욕 본부에서 열린 ‘유니세프 뮤직 콘서트’는 전 세계로 생방송돼 아동 돕기 기금을 마련하는 데 큰 효과를 거뒀다. 1982년 75만명이 유엔 본부에서 뉴욕 센트럴 파크까지 행진하며 벌인 ‘핵 반대 콘서트’는 미국 역사상 단일 시위로서는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1985년에는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인들을 위한 대규모 자선 콘서트가 열려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3년 롤링 스톤, 게스 후 등이 참여한 캐나다 사스(SARS·중급급성호흡기 증후군) 돕기 자선 콘서트에는 45만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