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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과 러시아가 26∼27일 시베리아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18개월 이상 지연된 새로운 동반자 관계 구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전임 대통령과 달리 러시아 신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서방 세계에 온건한 입장을 보여 경직됐던 양측의 관계가 풀릴지 주목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후 처음으로 25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중요한 일원인 러시아와 EU 간의 협상이라는 관점에서 양측 관계를 논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집행위원장, 하비에르 솔라나 외교정책대표 등 EU 집행위는 정상회의에 앞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러시아와 보다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위한 토대를 건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2009년 7월까지 정치·경제적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새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와 인신매매, 마약, 조직 범죄 등을 척결하기 위한 형사분야 협력 증진 등 쟁점 현안이 많아 새 협정이 체결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는 유럽의 보호무역 장벽 완화를 요구하고 EU는 러시아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를 강조할 계획이다. EU는 최근 고유가로 석유·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 EU는 압하지야 자치공화국의 분리 독립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러시아와 그루지야와의 갈등 해결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양측은 1990년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시절에 체결된 동반자협정이 2007년 만료돼 새 동반자 협정 체결을 추진했다. 그러나 EU 신규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의 거부권 행사로 18개월 동안 협상을 시작하지 못하다가 두 나라가 최근 거부권 행사를 포기해 협상에 착수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