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고마워 할 말이 없습니다.” 13일 오전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와 해군교육사령부 부대에서 열린 제2 연평해전(서해교전) 전사자 6인의 흉상 제막식에 참석한 유족들은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동안 자식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설움 탓인지 제막식에 참석한 유족들은 흉상을 보는 순간 주르륵 눈물부터 흘렸다.

고 한상국 중사의 아버지 한진복(63)씨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 아이들이 마음의 밖으로 나온 것 같아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목멘 목소리로 말했다. 한씨는 “과거 정권 때는 우리 아이들을 쥐구멍에 감춰놓은 식으로 대해 말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며 “올해는 아들 흉상도 세워지고 해군 2함대 주관으로 열리던 기념식도 정부 주관으로 하기로 결정해서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날 몸이 불편해 제막식에 참석하지 못한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68)씨는 “해사는 우리 아이의 모교이자 나의 모교인데 아들 동상이 모교에 세워져 영광스럽다”며 “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게 흉상이 학교에 설치될 수 있게 노력해 준 해군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 박동혁 병장의 가족도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해군은 이날 제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윤 소령의 흉상 제막식을 해사 생도사에서 여는 것을 시작으로 고 한 중사의 흉상은 진해 해군교육사령부 내 전투병과 학교, 고 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의 흉상은 해군교육사령부 기술병 과학교, 고 박동혁 병장의 흉상은 해군교육사령부 기초군사 학교에 각각 설치했다.

제2 연평해전은 2002년 6월29일 오전 10시쯤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우리측 해군 고속정인 참수리 357호정에 선제공격해 교전 과정에서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하고 고속정은 침몰했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권에서 이들에 대한 예우가 부족하다고 판단, 지난 4월 ‘서해교전’의 명칭을 국가차원의 전쟁을 의미하는 ‘제2 연평해전’으로 바꿨으며 매년 6월30일 해군 2함대 주관으로 치르던 추모행사도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격상했다.

진해 = 박영수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