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가 국회법이 정한 개원날짜인 5일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하는 통합민주당 등 야당의 등원거부로 개원식조차 열지 못한 채 파행됐다.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3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하지 않고, 국회 본청앞에서 ‘쇠고기 재협상 촉구 및 폭력진압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에 따라 국회가 고유가에다 물가상승 등으로 고통받는 서민생활과 산적한 민생현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국회가 공전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감세 관련 법안 처리 등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등 시급한 경제정책 수행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 장관을 교체할 경우 인사청문회도 열수 없어 국정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10시 단독으로 국회에 등원했다. 그러나 야3당의 불참으로 국회의장단 선출, 이명박 대통령의 개원 연설 등 예정된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야3당은 쇠고기 재협상이 없는 한 국회 개원을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국회가 장기간 파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6·4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쇠고기 파문으로 촉발된 ‘성난 민심’을 활용해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어서 여야간 격한 대치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3당은 이날 규탄대회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과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길에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재협상에 직접 나서고, 내각총사퇴와 폭력진압의 책임을 물어 어청수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거듭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개혁파 의원들이 시작한 국회 본청 앞 천막농성을 당 차원으로 확대하고, 서울 중구 서울광장 촛불문화제에 소속의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등 투쟁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오늘이 국회개원일인데 야당이 등원을 거부하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국회에서 얼마든지 쇠고기, 고유가 등을 다룰 수 있는데도 길거리에서 엉뚱한 힘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를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해선 안된다”고 야권을 비판하면서 “여당도 전향적인 자세로 야당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여야가 국민들의 요구를 국회라는 제도 하에서 푸는 것은 국회의원의 의무”라며 “일반적인 국민의 의사표현 방식과 국회의원의 방식은 달라야 한다. 개원을 연기하는 것은 의원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야권을 비판했다.


유병권·이화종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