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8대 국회 개원날인 5일, 야3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쇠고기 재협상 촉구 및 촛불시위 폭력진압 규탄 대회를 열고 있다. 김동훈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인해 18대 국회의 정상적인 개원이 무산됐다. 특히 6·4 재·보선 결과가 한나라당 참패와 민주당 선전으로 나타나면서 18대 국회 정상 개원을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정국주도권이 약화된 반면 장외 총력투쟁을 선언한 한 민주당의 목소리는 높아져 국회의 장기파행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1t트럭 자영업자, 화물차 및 버스 운수업자, 농·어민 등을 위한 고유가 대책 등 민생현안의 처리가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악화되는 대외여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법인세율 인하 등 각종 경제살리기 법안 처리도 지연이 불가피할 상황이다.

◆ 민생·경제살리기 줄줄이 지연 = 현재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처리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은 고유가에 따른 서민지원 대책이다.

특히 경유를 이용하는 생계형 자영업자와 농·어민은 정부와 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 등 각종 법률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국회가 정상화돼야 한다.

정부가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한 비정규직과 농·어민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법안 통과도 언제나 가능할지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어렵다. 정부가 경제살리기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제출한 법인세율 인하를 담은 개정 법률안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부가가치세 인하 등을 포함한 17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각종 민생 법안 처리도 시급한 실정이다.

◆ 법 만드는 국회가 법 어겨 = 현행 국회법(5조 및 15조)은 “국회의원 총선거 후 임시회는 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하며, 국회의원 총선거일 후 최초 집회일에 국회 의장과 부의장 선거를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5일 시작되는 18대 첫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지 않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다. ‘입법기구인 국회가 스스로 국회법을 어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장단 구성이 안되면 의원이나 정부가 법안을 제출해도 회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입법기관인 국회가 ‘식물 국회’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국회가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지 못하는 것은 엄연한 국회법 위반이며,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국회가 의장단을 선출하지 못한 것은 국회가 국민의 대표자가 아닌 정파의 심부름꾼으로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해동·이화종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