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14일 이틀간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에 관한 청문회’는 사실상 ‘쇠고기 청문회’로 진행됐다. 이번 청문회에서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은 협상 책임론을 집중 거론하면서 ‘수입쇠고기 월령 확대 사전 합의설’ 등 새로운 의혹들을 제기했다. 의원들은 또 장관고시 연장 및 고시 내용 삭제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미 사전 합의 의혹 =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한국과 미국이 4월18일 쇠고기 전면 개방을 합의하기 앞서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산 쇠고기의 월령 및 품목 확대가 합의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청문회에서 “미국 축산업자들의 이익단체인 ‘축산육우협회’ 앤디 그로세타 회장이 2월25일 이 대통령 취임식 축하 사절단으로 방한한 후 귀국해 협회 주간 소식지에 ‘이 대통령이 4월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한국정부가 미 쇠고기의 수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을 실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대통령 외국방문은 대외비 사항으로 미축산협회장은 우리도 몰랐던 대통령 방미 일정까지 알았다”며 한·미 정부간 사전 합의 의혹을 제기했다.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정부가 미국에 속았으므로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정부가 미국의 동물사료금지조치를 2005년 입법예고한 내용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므로 이는 미국의 기망행위”라며 “국제법상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권 의원 질문에 “미국측 허위진술로 인해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경우 30개월 이상 소 관련 부분은 파기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특정위험물질 수입 허용 의혹 = 민주당 최성 의원은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에서는 식용을 금지한 부위가 수입허용됐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미국 농무부가 광우병 위험물질로 규정한 경추의 횡돌기 등이 쇠고기협상 결과 안전물질로 둔갑해 수입이 허용됐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 근거로 미국 농무부의 특정위험물질 규정 문서를 제시했다. 최 의원은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투자자 소송을 허용하고 있다”며 “광우병 발생시 한국이 수입을 중단했을 때 한국에 진출한 미국 쇠고기 수입업체가 정부에 소송을 걸면 무방비가 된다”고 지적했다.

◆장관고시 5조 논란 = 청문회에서는 논란이 돼온 농림수산식품부 수입 위생 고시 5항이 쟁점이 되기도 했다. 고시 5항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국가로 재분류했을 때만 한국정부가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어서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비판의 근거가 돼왔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고시 개정안 가운데 5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또 여당의원으로는 이례적으로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의 사퇴를 거론하기도 했다.

권은중기자 jungk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