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에서 자신의 ‘입’ 때문에 여야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30개월이 안된 소만 먹는 줄 몰랐다. 사람들이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는 농담성 발언과 이번 문제를 외교통상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광우병의 궁극적인 책임 부서 장관이 한 발언치고는 기가 차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국민의 보건과 복지를 다루는 장관이지 소의 복지를 다루는 장관이 아니지 않느냐”며 질타했다. 김 의원은 또 “장관들이 신경써서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룰까 생각하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뱉고 있다”며 “이러니 자꾸 인적 쇄신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장관이 “식생활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고 답변하자 김 의원은 “국민에게 사과하면 되지, 자꾸 변명하면 안된다. 대통령에게도 엄청난 누를 끼친 것 아니냐”고 따졌고, 김 장관은 결국 “알고 있다”고 몸을 낮췄다. 같은 당 남경필 의원도 “10년 만에 만들어낸 정권교체가 홍수에 떠내려가는 위기의식을 지울 수 없다”며 “부처이기주의, 책임 떠넘기기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성 통합민주당 의원은 “국무위원이 발언을 했다면 책임있게 해야지, ‘해프닝이다’라고 횡설수설하는 게 국정을 놓고 장난을 치나”며 몰아붙였다.

한편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3일 청문회에서 “(미 연방 관보의 내용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농림수산식품부와 청와대는 미국 식약청(FDA)의 영문 보도자료를 오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법정전염병인 광우병이 “전염병이 아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