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청문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초점이 맞춰진 사실상의 ‘쇠고기 청문회’로 치러졌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사전 배포한 질의자료에서 쇠고기 재협상과 한·미 FTA 비준 연계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국 측이 광우병 발생 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는 우리나라의 방침을 수용키로 한 만큼 야당은 국정 발목잡기를 중단하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에 응하라”고 반박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정부의 미국 동물성사료 금지 완화조치 오역(誤譯) 파문도 도마에 올랐다.

◆쇠고기 재협상-한·미 FTA 연계 논란 =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한·미 간 쇠고기 문제는 중요한 통상현안이고, 이명박 대통령도 ‘쇠고기 협상 타결로 한·미 FTA 비준 걸림돌이 사라졌다’고 한 만큼 쇠고기 협상과 FTA는 불가분 관계”라며 쇠고기 재협상과 FTA 비준 연계 방침을 분명히 했다.

같은 당 강창일 의원은 “미친 소와 한·미 FTA는 하나의 사안으로 엮여 있는 만큼, 광우병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FTA 비준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성 의원도 “정부와 한나라당 주장대로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가 별개라면 당장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최 의원은 “굴욕적인 광우병 쇠고기 협상의 책임을 물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봉 무소속 의원도 “정부가 쇠고기 협상을 졸속으로 합의한 여파로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야당이 한·미 FTA 비준동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연계시키는 것은 정략적 정치공세이자 무책임한 국정 발목잡기일 뿐”이라며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동의를 하면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동차분야 재협상론 등을 거부하고 미국 정부와 의회를 압박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영 의원도 “국회가 한·미 FTA 특위를 만들어 28차례나 협상내용을 보고받았고, 통외통위에서도 18차례에 걸쳐 보고를 받고 논의했다”며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야당, 미국 사료조치 ‘오역’ 집중 공격 =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받아들인 것은 미국이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를 공포한다는 조건하에서였다”고 지적한 뒤 “지난달 미국이 최종 공표한 것은 오히려 사료금지 조치를 완화한 내용이다”며 “미국이 우리를 속였든, 정무가 무능해서 몰랐든 결과적으로 합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쇠고기 협상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도 “한국 정부는 미국이 2005년 10월 입법예고한 ‘강화된 사료조치’를 취하면 수입 쇠고기 연령제한을 풀겠다고 합의한 것”이라며 “미국과의 합의는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므로, ‘기망과 착오에 의한 조약은 적법하게 취소할 수 있다’는 비엔나 협약에 따라 쇠고기 협상을 취소하고 재협상하라”고 요구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