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조건으로 내건 미국의 ‘강화된 동물성사료 금지조치’ 내용이 우리 정부가 설명했던 내용과 달라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측은 “문서 오역에 따른 단순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졸속협상 논란으로 치달으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절차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 미국측 사료조치 내용 몰라 = 우선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측이 발표한 강화된 동물성사료 금지조치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강화된 사료조치는 최근 미국과의 합의 내용 가운데 광우병 괴담까지 불러 일으킨 원인 중 하나였던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게 된 중요한 전제조건인 만큼 정부가 졸속협상을 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25일 연방관보를 통해 “30개월 미만 혹은 뇌와 척수를 제거한 소가 아니라면, 도축 검사를 받지 않아 식용으로 쓰일 수 없는 소는 동물 사료로 금지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30개월 미만 소의 경우 도축검사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동물 사료로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정부의 당초 설명과 다르다.

정부는 지난 2일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관련 문답자료’에서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 등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조율하지 않았나 = 미국측 사료조치 내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설명은 지난 2005년 10월 미국측이 입안예고했던 사료조치 강화안의 내용과 같다. 그런 만큼 한·미 쇠고기 협상 당시 우리 정부가 미국측에 조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은 채, 미국이 2005년 10월 입안예고한 강화된 사료조치 수준을 염두하고 포괄적으로 합의해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해명과정에서 “30개월령 이하 소의 뇌와 척수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아니므로 실제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우리측이 요구한 교차오염 방지의 목적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힌 점,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받아 30개월령 미만 소의 뇌와 척수는 SRM이 아닌 점 등을 (미국이)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식의 추정 화법을 쓰고 있다는 점 등이 이에 대한 근거다.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