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은 한·미쇠고기협상을 무력화하기 위해 특별법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특별법은 각종 조항을 삽입해 15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농림수산식품부장관 고시 효력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특별법을 통해 국제간 협상을 무력화시킨다는 방안은 자칫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있어 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 검역주권 강조한 특별법 = 민주당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쇠고기 협상 전면 무효화를 위한 특별법 내용을 논의하고 이를 8일 발의키로 결정했다. 이 특별법은 국민건강과 직결된 사안의 시장개방 협상은 국회동의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를 무효화하는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

차영 대변인은 “부칙에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위험 기준연령인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논의중이기는 하지만 국가간 조약인 한·미쇠고기협상 내용과 충돌해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당초 한·미쇠고기 협상 전반을 재검토하는 특별법을 준비했지만 ‘외교협상을 무효화하는 특별법은 국제통상법에 위배돼 외교적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당은 따라서 특별법에 협상 합의 사항에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대신 검역권에 대한 국제규정 및 국회권한을 강조하는 법조항 마련에 고민해왔다.

하지만 지난 주말부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서명운동 등이 확산되며 반대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법조항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 법처리 가능할지는 미지수 = 특별법이 발의된다 해도 통과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회기가 가장 문제다. 17대 국회가 29일 종료되기 때문에 국회법상 원칙적으로 제정법안의 경우 20일이 지나지 않으면 상임위에서 논의할 수 없으나 긴급하다는 위원회의 결의가 있을 경우 논의도 가능하다.

민주당은 위원회 결의보다는 국회의장직권상정을 염두하고 있다. 과연 이 문제가 의장직권상정 사안인지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

본회의에 상정된다고 해도 통과여부는 미지수다. 통과를 위한 과반 의석인 150석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 136석과 민노당 6석을 합쳐도 142석밖에는 되지 않는다. 민주당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이나 구 민주당 출신인 이해찬 유시민 의원 등 9명의 입장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또 9석의 자유선진당측이 “특별법은 국제통상법과 충돌해 재협상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어서 야당 단일대오도 쉽지 않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재협상 시한인 15일 이후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 선진당도 특별법 제정에 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은중기자 jungk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