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광우병 논란이 확산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장기간 공을 들여온 국내 경제단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국제유가 폭등에 따른 물가급등, 4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 미국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 등으로 우리 경제의 위기감도 부쩍 커진 가운데 대미 수출 증가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한·미FTA가 예상치 않은 돌발 변수에 좌초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자칫 가뜩이나 힘든 국내 경기마저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최근 경제단체들로 구성된 한·미FTA 민간대책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17대 국회내 처리를 촉구한 만큼 일단 국회의 처리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본질에서 벗어난 주제로 확대될 경우를 대비,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6일 “이미 한·미FTA협상이 타결됐고 이제 국회 비준만 남은 상황에서 쇠고기 개방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의무”라며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난하는 여론이 비이성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만약 비난의 근거가 합리적이라면 당연히 현시점에서 문제점을 되돌아봐야겠지만 현재 떠도는 광우병 관련 소문들을 따져보면 과학적인 근거도, 검증된 사실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막연한 추측,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바탕으로 한·미FTA까지 발목잡으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한·미FTA를 되돌리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 대해서도 “비록 근거가 없다고는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여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증하고 대국민 홍보 및 설득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경제성의 논리가 아니라 안전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더욱이 이는 이미 한·미FTA 체결 이전부터 제기된 것으로 한·미FTA와 연관시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토로했다.

현 원장은 “만약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안전성을 더 따지고 보완하는 수준에서 그쳐야지, 미국 쇠고기 수입을 아예 막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박대식 국제본부장 겸 미주담당 상무은 “유럽인들에게 ‘한국 쇠고기를 먹을래, 미국 쇠고기를 먹을래’하고 선택을 요구하면 유럽인들은 당연히 미국 쇠고기를 먹겠다고 답하더라. 미국은 비록 광우병이 생기기는 했지만 정부가 나서서 관리하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며 “안전성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보다 뒤처진다고 볼 근거가 희박하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이 문제가 단순히 광우병 논란에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한·미FTA 반대, 더 나아가 반미 문제와 또다시 엮이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있어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한·미FTA와 연동시키는 것은 우리 중소기업 입장에선 더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이제 우리 기업들은 내수만 가지고는 안되고, 어떤 식으로든 해외 시장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한·미FTA는 광우병과 무관하게 반드시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조 본부장은 “만약 미국산 수입쇠고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만 보완하는 시스템만 갖추면 되는 것이지 우리 경제 전체를 볼모로 한·미FTA까지 좌절시켜서는 안되며, 이러다가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이 더이상 확산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