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4일 오후 2시 특검 소환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특검사무실 로비에 이 회장이 서게 될 포토라인이 표시돼 있다. 심만수기자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4일 오후 2시 이건희(66) 삼성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삼성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한다. 특검 출범 86일 만에 이뤄진 이 회장 소환으로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앞으로 어느 선까지 사법처리될지 관심이다.

특검팀은 이날 이 회장을 상대로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매각 사건을 비롯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비자금 조성 의혹,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관련 의혹 전반에 걸쳐 조사할 내용이 많지만 특검팀은 이 회장의 건강 등을 고려해 밤늦게까지 수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윤정석 특검보는 “필요하면 (이 회장을)다시 부를 수도 있다”고 재소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의 핵심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맞춰져 있다. 특히 에버랜드 사건에 이 회장의 직접 지시나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을 통한 개입 여부가 핵심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충분한 수사자료가 있고 전·현직 사장들이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법원에서도 유죄가 인정된 만큼 이 회장의 지시 여부 등이 확인되면 배임 혐의로 처벌 가능하다. 하지만 이학수(62) 부회장이 “내가 주도한 일”이라며 진술한 만큼 이 회장을 상대로 의미있는 진술을 받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이날 비자금 조성이나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수사 결과 삼성생명 지분 16.2% 차명보유와 삼성증권 계좌를 통한 수조원대 비자금 운영 사실을 밝혀냈지만 회사돈이 아닌 “고 이병철 회장의 유산”이라는 삼성 측 주장을 깨지 못할 경우 단순 조세포탈이나 세금추징에 그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전략기획실 핵심 임원들의 기소 여부를 가시화하고 있다. 앞서 미술품 구입 의혹과 관련해 이 회장 부인 홍라희(63) 리움미술관장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앞서 e삼성 사건으로 고발된 이재용(40) 삼성전자 전무는 불기소처분했다.

이에 따라 특검 수사의 성패는 대선자금 수사와 X파일 사건 등 삼성 관련 숱한 의혹을 빠져나갔던 이 회장을 사법처리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있다는 게 특검과 검찰 안팎의 진단이다.

한편 특검팀은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김용철(50) 변호사가 직접 돈을 건넨 상대로 지목한 김성호(58) 국정원장의 해명을 지난달 26일 취임 이전에 서면으로 제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수사 연장에 대한 장외공방에도 불구하고 3일 청와대에 수사기간 연장(15일)을 통보하고 오는 8일로 종료되는 수사기간을 23일까지 재연장했다고 밝혔다.

김남석·임정환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