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조성의혹과 관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오후 특검에서 소환조사를 받게 되자 삼성그룹은 “올 것이 왔다”면서도 예상했던 일이 막상 현실로 닥친 데 대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의 소환이 예상보다 빠른 점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이 회장에 대한 추가 소환이 예정돼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고위 관계자는 4일 “이 회장 내외가 나란히 특검에 나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에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특검이 이건희 회장을 공개적으로 소환조사함에 따라 삼성의 대외 위상이나 브랜드 가치가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삼성은 무엇보다 이 회장이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 당시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데 이어 13년 만에 또다른 성격의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편·불법 승계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조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되는 데 대해 착잡한 표정이었다.

삼성은 특히 소환시기가 다소 빠른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검이 이 회장의 추가소환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다른 삼성 관계자는 “특검수사가 마무리되는 8일쯤 회장이 소환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면서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수사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도 이 회장의 추가 소환 조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 회장이 그동안 암치료 등으로 건강 악화가 우려된다며 추가소환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해 왔다.

삼성계열사 고위 관계자는 “선진국은 엄격한 무죄추정주의 원칙에 따라 확실한 범죄혐의가 없으면 기업인들을 소환하는 일이 거의 없다”면서 “혹시나 외국 파트너가 이 회장의 소환을 지켜보면서 삼성과 이 회장이 큰 죄를 저지른 것으로 인식, 주요 거래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