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의 4·9 총선 비례대표 신청 접수 결과 참신한 인물이 극히 드물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노무현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명망가 상당수가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 신청에 대거 몰려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극심한 인물난 속에 민주당이 영남지역 30여 개 지역구에 후보를 못낼 상황에 처했음에도, 노 전 대통령의 집중 배려를 받았던 친노인사들 중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빈축을 사고 있다. 당 일각에선 “전국정당화라는 장기 목표 하에 집중 투자를 받았던 친노인사들이 단물만 빼먹고 빠지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비례대표 신청자 중 노무현 정부의 특별 배려를 받았던 친노인사로는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 이철 전 철도공사 사장,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 등 부지기수다. 노무현 정부 초대 교육부총리인 윤 전 부총리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 출마했다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에게 낙선한 뒤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지냈다.

이철 전 사장은 17대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했다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에게 고배를 마시고 철도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정길 회장은 17대 총선 당시 부산 영도에서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에게 패하고 대한체육회장이 됐다. 송철호 전 위원장은 17대 총선에서 울산 중구, 2006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거푸 고배를 마시고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맡았었다. 영남권은 아니지만 염홍철 전 대전시장도 2006년 대전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중소기업특별위원장을 지냈다.

비례대표 신청은 안했지만 대표적인 영남 친노인사로 요직을 두루 거친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도 덩달아 눈총을 받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영남 지역구 68개 중 30여 곳은 아예 후보조차 못 낼 판이고, 그나마 공천받은 사람들도 주민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라며 “지난 5년간 그 정도 혜택을 받았으면 이렇게 당이 어려울 때 살신성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