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오후 경기 군포에 출마한 한나라당내 친박계열인 유영하(오른쪽)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 격려사를 하고 있다. 군포 = 정하종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오후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 지역에서 공천을 받은 측근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3군데를 방문했다. 친박 의원들에 대한 불공정 공천심사에 항의하며 자택에 칩거한 지 1주일 만이다. 다음 주초 지역구인 대구 달성으로 내려갈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표가 이날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초미의 관심을 끌었으나 현안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에 나선 것 같기도 하고, 공천에 성공한 측근들을 위한 순수한 격려차원의 방문 같기도 한 아리송한 행보였다. 그러나 그가 일단 자택 대문을 나섰다는 행위 자체에 당 지도부를 향한 일종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뢰” = 박 전 대표는 이날 유영하(경기 군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시작으로 손범규(경기 고양 덕양 갑) 후보, 김태원(덕양 을) 후보의 사무실을 찾았다. 모두 친박계 인사들로 분류된다.

유영하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는 이혜훈 의원과 이정현 전 경선캠프 대변인, 박종희 전 의원, 곽영훈 사람과 환경 그룹 회장 등 친박계 인사들이 동석했다. 박 전 대표는 각 개소식을 돌며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뢰”,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한 사람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것”, “오래 전부터 함께 일해오며 신뢰하는 분” 등의 격려사를 내놨다. 주로 ‘신뢰’, ‘믿음’을 강조한 것은 공천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신뢰’가 깨진 것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특히 공천 결과에 대한 심경이나 향후 계획, ‘친박 연대’ 등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나중에 한꺼번에 입장을 밝힐 때가 있을 것”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비례대표 선정작업까지 모두 지켜본 뒤 대구행(行)에 앞서 의견을 피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 참여는 이틀전쯤 박 전 대표측에서 먼저 연락을 취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행(行) 이후가 더 관심 = 박 전 대표가 대구로 내려간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측근들조차 섣불리 예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개별후보들에 대한 지원 유세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박 전 대표가 21일 방문한 지역들은 당의 공천을 받은 분들이고 원외 위원장들이어서 정치적 부담이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대구 지역은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대구는 친박계 무소속 의원과 공천을 정식으로 받은 한나라당 후보가 뒤섞여 있다”며 “박 전 대표가 개별 후보에 대한 유세에 나서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친박 인사는 “박 전 대표가 대구에서 지역구 활동 외에 별다른 행보를 안 보일 것”이라며 “그러나 이를 두고 인근 지역 친박계 무소속 출마자들과 당 공천자들이 서로 ‘자신에 대한 암묵적 지지’로 해석하며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양성욱기자 feelgood@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