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안강민(오른쪽 두번째) 위원장 및 위원들이 28일 한나라 당사에서 서울 48개 지역구 예비후보들에 대한 2차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한나라당 내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9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후견인 역할을 한 이상득 의원(국회부의장)에 대한 공천 배제 주장이 친이(친 이명박 대통령) 측에서 제기되고, 당내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이 청와대와 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면서 여권 권력투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공천심사가 막판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조각 파동’에 따른 민심이반과 현역 물갈이 여론을 이용해 ‘신주류’가 영남 중심의 ‘구주류’ 축출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냐는 관측이 많이 나온다. 여기에 친박(친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친이’ 간 권력투쟁의 불꽃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고, 청와대는 ‘집안싸움’이 4월 총선과 국정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하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 상황이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친이(친 이명박 대통령)측이 이 부의장을 겨냥해 공천 배제를 촉구하고 나섰으나, 친박(친 박근혜 전 대표)측은 이 부의장을 보호하는 등 4월 공천을 둘러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계와 소장파 측근그룹이 이 부의장을 겨냥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권력투쟁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측근 그룹은 이 부의장 중심의 원로그룹, 이재오 전 최고위원계와 소장파 그룹으로 나뉜다. 이 중 원로그룹이 이번 내각 및 청와대 인선을 주도하자 ‘이재오 계’와 ‘소장파’가 ‘민심이반’을 명분으로 원로그룹에게 칼을 겨누고 나섰다는 관측이다. 이 부의장의 공천여부는 향후 영남권 현역 중진들에 대한 물갈이 폭, 총선 이후 당권의 향배 등과 맞물려 있다. 이 부의장을 둘러싼 ‘공심위 논쟁’은 예사롭지 않다. 단기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초기 권력 분점과 7월 전당대회를 겨냥한 것이지만, 향후 5년간 여권 주도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 내부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은 “투쟁의 핵심은 옛 민정계와 민주계를 민중당 출신들이 몰아내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민중계 중심에 이 전 최고위원이 서있다”며 “단순하게 보면 이번 총선에서 세력을 넓히자는 것이고 멀리는 7월 전당대회 이후 당권 장악을 노리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수도권 소장파 한 의원은 “친이 내부에서도 경선과정에서부터 소장파와 노장파의 갈등이 있었다”며 “특히 소장파들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개발 독재 시대에 몸담았던 사람들은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이 28일 장관인사청문회에서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공직 제의가 오면 스스로 사양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 부의장의 측근인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조각(組閣) 작업에 대해 비판한 것이라는 의미다. 다른 의원은 “이 부의장의 공천 문제를 너무 ‘계파 대립’이나 ‘신구 세력 간 대결’식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이 부의장이 물러나야 박근혜 전 대표측도 영남권 중진들을 교체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대표측은 “이 부의장을 영남 물갈이의 희생양으로 삼아 우리를 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집안싸움을 벌이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