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6일 내놓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국가청렴위원회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통합되는 것으로 정리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이들 단체들은 반부패 정책을 총괄하는 청렴위 폐지는 ‘시기상조’라며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청렴위와 고충처리위 통합에 반대했다. 이들은 오히려 조사권 신설 등 청렴위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18일 “허울뿐인 위원회를 정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처·청 산하 위원회를 무조건 축소 또는 폐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전제한 뒤, “청렴위가 최근 행정자치부의 공직 윤리업무를 이관 받는 등 반부패 기능의 통합과 강화가 논의되는 현 상황에서, 청렴위를 폐지하는 것은 반부패 정책을 크게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참여연대는 “이명박 대통령당선인과 한나라당은 청렴위 폐지로 ‘부패에 관대하고 무감각한 정부’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내고 “반부패 정책을 수립하고 비리를 제보 받아 조사하는 청렴위와, 행정기관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국민들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옴부즈맨 기구인 고충처리위는 성격이 상이한 단체”라며 “이들 두 위원회를 국민권익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통합하는 것은 청렴위의 반부패 정책 수립과 조사기능은 물론, 동시에 공권력 피해에 대한 국민 권리구제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부패방지책과 공직자 비리수사 기구에 대한 종합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제시한 후 청렴위의 위상과 역할을 재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전국 98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4일 “한국의 국가 청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최하위권인 25위에 불과해 국내외적으로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마당에 국가청렴위 폐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도 “오히려 청렴위에 정책개발과 예방활동 강화에 덧붙여 조사·수사권까지 부여하라”고 주장했다.

박수균기자 freewi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