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이 진행되면 국장 자리가 몇개나 없어질지 걱정됩니다.”

이명박정부가 정부조직개편을 강도높게 추진함에 따라 3급 이상 고위공무원단의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되고 있다. 고위공무원들은 부처 존폐보다 오히려 국장급 이상 직책이 얼마나 없어질지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3일 정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명박정부의 ‘대부제(大部制)’공약에 따라 부처가 10여개로 통폐합될 경우 고위공무원단의 직책은 1차적으로 크게 줄 수밖에 없다. 노무현정부 들어 고위공무원 숫자는 27%나 늘어나는 등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상태다. 여기에다 직급구분을 없앤 고위공무원단제도 시행으로 과거처럼 1급이 용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1~3급 공무원들이 한꺼번에 생존을 위해 무한 경쟁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선배도, 후배도 없는 정글식 생존전쟁이다.

◆자리 걱정하는 공무원들 = 경제부처 1급 공무원 A씨는 최근 부서 통폐합이 실시될 경우의 자리계산에 분주했다. 그는 “B부처가 흡수되면 국장급 두 자리 정도 배려하면 충분하다”면서 “아마 그 부처 3급이상 공무원은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조직개편이 단행될 경우 전 부처에서 고위공무원단의 숫자는 줄어들게 된다. 당장 부처마다 존재하는 차관보와 정책홍보실장(1급) 등 당연직의 자리가 없어지고, 국장급 조직도 대거 축소된다.

재정경제부의 경우 금융정책국 등을 비롯해 3~4개 조직이 위험군으로 분류되고, 노무현정부에서 조직을 확장시킨 기획예산처도 슬림이 불가피하다.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통폐합 대상 부처들이 모두 국장급 자리를 줄여야 할 처지다.

이같은 생존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고위공무원단의 과다 비대 때문이다. 건교부의 C씨는 2년 전 고위공무원단으로 승진했지만, 여전히 과거 과장급 자리인 팀장을 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의 공약집에 따르면 노무현정부에서 고위직 공무원은 2003년 1127명에서 지난해 1433명으로 27.2%가 증가했다.

◆‘선·후배도 없다’= 고위직의 생존경쟁은 고위공무원단제도에 의해 가속화하고 있다. 노무현정부에서 도입된 이 제도에 따르면 1~3급은 직급만 다를 뿐 보직을 받는 데 제한이 없다. 과거 정권교체기에는 1급 공무원의 상당수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직했지만, 이번은 다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1급들이 전문위원으로 대거 포함된 것도 생존경쟁을 극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과거 인수위에는 1급이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인수위는 일단 퇴직강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능력위주로 인선할 방침이다.인수위 관계자는 “강제적으로 쫓아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위원회 등 비정상적인 조직부터 자리를 없애면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조직개편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신분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일부 인수위 관계자는 서울시처럼 공무원퇴출제도 시행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고위공무원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고위공무원의 자리가 대폭 축소될 경우 직책 없는 무보직 상태도 예상되며, 해외연수 등으로 소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