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 전 통일원 장관, 박재규·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통일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통일부 구하기’에 발벗고 나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차원에서 통일부 조직을 대폭 축소하거나 외교부에 흡수 통합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자 이를 막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불사한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앞장선 인사는 김대중(DJ)·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 전 장관이다. 정 전 장관은 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분단국가에서 통일 문제를 다루는 부처는 전문성, 상징성 면에서 통일 완수시까지 필요하다”며 “앞으로 언론과 정치권을 상대로 통일부 조직 축소, 폐지 반대를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앞서 1일 DJ 신년하례회에서도 본지 기자와 만나 “나를 비롯한 전직 장·차관 등 통일부 고위 간부 출신들이 역할을 분담해 한나라당과 대통령직 인수위, 그 주변의 브레인 등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통일부 유지, 발전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 전 장관은 3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외교부의 통일부 흡수 통합설과 관련, “속병 있는 사람을 외과병원에 데려가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적극 나타냈다. 정 전 장관은 국회의원들에게 통일부 폐지·축소 반대 논리를 담은 ‘통일부 지위변동 관련 Q&A’ 문건을 배포하고 있다.

이 전 장관과 박 전 장관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통일부 구하기’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최근 한 신문에 ‘통일부는 살려야 한다’는 제하의 특별 기고문을 실었고, 이 전 장관도 3일 한 신문에 ‘국가운영에서 실용주의, 효용성도 중요하지만 명분과 상징성도 중요하다’며 통일부 폐지 반대칼럼을 기고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3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이제야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대북정책의 틀속에 묶어두기 시작했는데, 통일부 기능을 조정하다 보면 (남북관계가) 후퇴할 수 있다”며 “인수위가 통일부의 업무 보고를 받고, 남북관계 현안을 충분히 파악한 뒤 (조직 개편 논의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오남석·권로미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