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희범(오른쪽 두번째) 홍보분석단장 등 국정홍보처 인사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심만수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일 오전 국정홍보처의 업무보고를 받고난 뒤, 당초 공약대로 ‘홍보처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홍보처는 이날 집중 추궁 대상이 된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을 한껏 ‘선진 시스템’으로 치장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인수위 질의 답변 과정에서도 그 정당성을 끝까지 강변해 인수위원들이 경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보처는 일부 기능만 살려 유관 부처로 이관한 뒤, 사실상 폐지키로 한다는 인수위의 방침이 선 것으로 전해졌다.

◆‘자화자찬 보고서 제출’→‘홍보처 폐진 추진’ =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이날 홍보처 업무보고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정부에 의해 언론이 통제 되거나 국민의 알권리가 제한받아서는 결코 안된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언론의 자유가 꽃 피는 시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인수위의 홍보처 폐지 입장을 재차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김 부위원장은 “국정홍보처 업무보고는 지난 5년간 활동에 대한 평가,반성, 지적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기 인수위 법무·행정분과 간사는 “국정홍보처가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봉사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수위 핵심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홍보처 폐지 방침에 대해선 인수위 내에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홍보처는 정권 홍보처라는 오점 외에도, 취재선진화 방안 등 추진과 관련 “언론-정부간 긍정적 관계를 만들어냈다”는 등의 궤변을 늘어놓아 공분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처가 이날 제출한 A4 15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취재선진화방안 등의 정책 효율성을 주로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정책 홍보 창구를 홍보처로 단일화, 체계화하자고 하니까 일선 부처에서도 좋아 하더라”는 식의 내용까지 담겨있었다. 반면, 홍보처는 이명박 당선인 공약인 취재선진화방안 원상복귀 방안에 대해서는 “정책상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 추후 검토해 개선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사실상 취재선진화방안 폐지에 반대 입장을 인수위측에 밝힌 것이다.

인수위는 이날 오전 제출받은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홍보처 통폐합 방안을 구체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해외 홍보기능 일부만을 남겨 문화관광부 등 유관 부처로 홍보처를 대폭 축소, 이관한 뒤 사실상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뒤숭숭한 홍보처 = 홍보처는 인수위 출범 이후 뒤숭숭한 분위기다. 정부부처의 한 공보담당자는 “인지상정”이라며 “홍보처가 언론 취재를 제한하고, 정부 홍보부처에 압력을 행사하는 월권 행위를 한 만큼 자기들도 시달려야 마땅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홍보처 내부적으로도 최소한 부처 기능이 크게 축소될 것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과거 전례도 있으니, 완전히 문을 닫는 것 아니냐”, “우리는 어디로 옮겨가야 하나”는 한탄도 나오고 있다.

박수균·심은정 기자 freewi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