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노무현 정부의 공무원들에게 휘둘려서도 안된다.”

각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수위조절을 고민 중이다. ‘섬김’과 ‘오만’사이에 적절한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요구 수준에 주파수 맞추기, 눈높이 맞추기 작업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3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현 정부의) 업무보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혼을 낸다거나, 재보고를 시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교육부의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 인수위가 “안이하다”,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라며 질타하고 호통친 사례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몸을 낮춰 ‘섬기는 대통령’, ‘섬기는 인수위’를 슬로건으로 내건 상황에서 오만한 ‘점령군’ 이미지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대한 고민으로 풀이된다. 김 부위원장은 “다만, 각 부처의 업무보고는 우리가 참고하면 되는 거다. 5년간 로드맵을 충실히 반영하는데 미흡하다면 수정요구하거나 보완하라고 할 수는 있다”고 부연했다.

인수위 활동에 대해 “여론수렴 없이 밀어붙인다”, “방향을 정해놓고 강행한다”는 등의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고위급이 적극 방어와 해명에 나섰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여론도 수렴하지 않고 과욕을 부려 밀어붙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한반도) 대운하 문제를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인수위가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충분히 시간을 두고 검토하고 연구해 왔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면서 차근차근 꼼꼼히 살펴보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공무원 사회의 동요와 관련,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직사회가 긴장하는 모습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나치게 위축된다든지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다독거렸다. 김 부위원장은 대입자율화 등을 골자로 한 교육개혁 방침에 대해 “일부에서 혁명적 변화를 운운하는데 그런 게 아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자는 것이며 이때까지의 잘못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호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는 “교육철학과 접근법이 달라 우려를 제기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계속 설득할 방침이다. 예컨대 교육형평성 문제 등은 장학금 대폭 확대 등 여러 제도적 장치로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