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를 뒤덮었던 ‘검은 재앙’이 서서히 씻겨지고 있다. 태안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것은 매일 수 만 명씩 전국에서 몰려든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의 손길이었다. 1997년 1월2일 일본 후쿠이(福井)현 미쿠니(三國)정 앞바다에서 일어났던 중유유출사고 때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이 해안의 기름을 일일이 손으로 닦아 두 달 반 만에 기름 대부분을 제거한 ‘30만 명의 기적’이 태안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연말까지 태안을 찾은 자원봉사자가 벌써 5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하지만 태안과 보령 인근 59개 섬은 이제 막 방제가 시작됐고 타르 덩어리가 전남 서해안까지 밀려들고 있는 형편이어서 완전 방제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안의 경우 1995년 전남 여수 해상에서 발생한 씨프린스호 사고 때와는 달리 개펄의 폭이 수 백m에 달해 사고 해역의 생태계 복원에는 수 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서해수산연구소는 밝히고 있다. 방제 노력과 함께 피해어민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상대책이 절실하다.

충남도가 연말 잠정집계한 바에 따르면 오염 연안은 서산시 가로림만에서 태안군 안면읍 내파수로에 이르는 167㎞이며 피해 어장은 태안군과 서산시 11개 읍·면 473개소 5159㏊에 이른다. 특히 굴·전복양식장이 밀집한 가로림만은 1071㏊의 양식장이 황폐화했다. 이외에도 보령·서천지역의 양식장 8571㏊도 직·간접 피해를 보았다. 연간 2000만 명 이상이 찾는 태안지역 관광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사고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펜션 등 숙박업소와 횟집은 개점휴업 상태다. 2005년 기준 1358척의 어선이 조업한 태안군은 어획량 3만t, 매출액 1200억원을 올렸다. 태안 이외 지역의 간접 어업피해와 수산물유통 수익, 관광수입까지 계상한다면 사고로 인한 피해액은 엄청나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로 배상받을 수 있는 최대금액은 3000억원이다. 그것도 방제비용까지 포함된 액수다. 사고 유조선이 든 보험금 1300억원에 추가 피해액의 경우 국제유류오염배상기금(IOPC)에서 1700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정부가 2005년 발효된 ‘추가기금협약’에 가입했더라면 최대 1조870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지만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000억원 한도의 보상액도 그냥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 총 배상청구금액은 960억원이었지만 실제 보상받은 돈은 502억여원이었다. 특히 어업피해액으로 735억5400만원을 청구했지만 실제 보상액은 20% 정도인 154억원에 그쳤다. 입증자료가 충분한 방제비용은 대부분 돌려받았지만 어업피해는 증빙자료 미비도 그렇지만 피해액 실사와 산정에 16개월이나 걸리자 생계가 막막한 어민들이 포기하는 심정으로 낮게 합의하고 만 것이 더 큰 이유였다고 한다.

태안 피해 어민의 시름을 걷어주기 위해서는 피해 조사 및 자료 확보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도와 상담이 필요하다. 씨프린스호 보상과정에서 알 수 있듯 피해상황을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반드시 남기고 기름에 뒤덮인 수산물을 별도로 보관하는 등의 직접적이고 명확한 증거를 수집해 놓아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다. 지나친 보상기대심리에 들떠 있는 주민들도 설득해야 한다. 지난해 7월 기준 태안군에 신고된 맨손어업은 7154건이었으나 사고 발생 이후 하루 100~200건의 신규 신고가 봇물을 이뤄 면사무소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고 후에 접수한 맨손어업 신고는 보상자료로 사용하기 힘들며 다른 자료의 신빙성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 정부는 이미 태안을 비롯한 6개 시·군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세금감면 등 다양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지만 피해어민들을 위해 앞으로도 한동안 최소한의 생계비 대출 또는 지원을 추가하는 것이 절실하다.

일반 국민의 성원도 필요하다. 오염 지역과 관계없는 먼 바다에서 잡은 것이나 사고 이전에 생산된 서해안 수산물을 소비해 주고 태안지역에 나들이해서 식사를 하거나 숙박하는 것도 피해 주민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동윤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