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공약이 학계의 도마위에 올랐다. 국내 최대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한국경제학회는 26일 이 당선자의 경제공약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경제정책포럼을 열었다. 이 당선자가 제시한 경제공약이 신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전체적인 정책방향과 비교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표를 의식한 인기영합적(포퓰리즘적) 공약은 아닌지, 재정적인 뒷받침이 어려운 무리한 공약은 없는지 학계의 날카로운 비판이 토론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박원암(무역학) 홍익대 교수는 ‘거시·금융’부문 발제에서 “성장률과 일자리를 정책목표로 설정하게 되면 이를 무리하게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각종 왜곡과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 정부는 임기초반부터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하려 할 것”이라며 “그러나 글로벌 신용경색과 중국 자산시장의 급랭 등으로 (임기 첫해인) 내년도 경제성장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럴 경우 임기내 연 7%성장 달성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새 정부는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무리한 경기부양은 자제하고 대내외 여건의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특히 “새 정부는 (재정건전화를 위해) 예산 10%를 절감, 공약사업과 감세에 충당하고 국가채무를 현행 300조원 수준에서 유지할 것을 공약하고 있다“며 “그러나 관리대상 재정수지 적자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해선 세출의 추가적인 감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공약에 대해선 “7%성장이라는 거시목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큰 만큼 추진 여부를 조속히 결정, 성장전략이 모호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노무현정부처럼 일자리 목표를 세워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 계획을 마련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며 “성장과 분배와의 관계에 대해서도‘성장을 통한 분배 개선’원칙을 분명히 함으로써 참여정부의 ‘동반성장론’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금융허브 추진전략’과 관련해선 “참여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됐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이번에 제시한 아시아금융허브추진계획도 구체적인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700만 금융소외자의 신용회복 정책에 대해선 “사회적 대통합을 이루고 경제발전의 기틀을 구축할 수 있으나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용회복기금을 통한 부실채권매입 계획은 소액 소비자 신용시장의 작동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액서민대출은행의 설립도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는 있으나 직접 출연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검토해봐야 한다”“며 “특히 연체기록 말소는 금융회사의 신용위험 관리를 어렵게 하는 등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